1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2026년 베니스비엔날레 제61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빛나 한국관 예술감독, 최고은 작가, 노혜리 작가.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995년, 서울 도심 한가운데 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무너졌다. 대표적인 일제 잔재였던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는 한때 식민지였던 한국이 해방 후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매김했음을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였다.
2024년, 12·3 불법계엄과 그 이후의 사회 현상은 많은 생각거리를 안겼다. 민주주의는 위협받았고, 갈등은 심화됐다. 해방 이후 만들어가야 할 세상은 어때야 하는가.
오는 5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전시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해방공간 : 요새와 둥지’다. 전시를 기획한 최빛나 예술감독은 1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기자 간담회에서 “일제 해방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사이, 1945~1948년에 이르는 시간인 ‘해방공간’을 미학적 차원에서 다시 감각하고 이어 나가려 한다”며 “해방공간의 미학은 신냉전과 패권주의,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극단주의를 겪고 있는 세계 곳곳에 영감을 주고 변화를 위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혜리 작가(오른쪽)가 1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2026년 베니스비엔날레 제61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간담회에서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 감독은 “한국관을 ‘해방공간을 위한 임시적 기념비’로 만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조선총독부가 철거되던 1995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설립 시기도 해방과 연관돼 있지만, 최 감독은 “한국관은 모든 벽면이 유리로 구성돼 있어 환경에 굉장히 민감하다. 위치는 일본관과 독일관 사이에 끼어있다. 건물 자체가 한국의 굴곡진 역사와 복잡한 지정학적 위치를 반영한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화신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최 감독이 말한 기념비는 최고은의 ‘메르디앙’과 노혜리의 ‘베어링’이라는 설치 및 수행작업으로 구현된다. 최고은은 수도 설비용 동파이프를 길게 잘라 한국관 안팎을 관통하는 조각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동시에 창고로 쓰이던 2층 공간을 개방한다. 그는 “인식하지 못했던 공간의 힘을 드러내고 다시 작동시키는 데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날카롭고 차가운 소재는 ‘요새’를 연상케 하지만 일본관 마당에까지 뻗어가는 파이프는 한편으로 개방과 포용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최고은이 6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서 선보일 ‘메르디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노혜리는 반투명하게 만든 직물 오간자(oganza) 4000여개로 한국관 건물 안에 움막을 만들고, 관람객이 머물 8개의 스테이션을 만들 계획이다. 직물로 채워지는 공간은 곧 ‘둥지’와 연관돼있다. 각 스테이션은 애도, 기억, 전망, 생활, 기다림, 계획, 나눔, 수선으로 구성돼 있다. 노혜리는 “각 스테이션은 모두 제가 살아내고 싶은 삶의 모습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애도 스테이션에서는 관람객이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등 ‘애도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2018년 만들어 전시한 설치 작품 ‘퓨너럴’(Funeral)도 함께 전시된다. 흰 눈밭 위에 선 검은 나무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그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첫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한국관 전시에는 한강 외에도 작가 겸 가수 이랑, 사진작가 황예지, 농업인 김후주, 르완다·네덜란드 작가 크리스티앙 니얌페타가 ‘펠로우(fellows)’로 참여한다. 황예지의 12·3 계엄 전후 당시 사진, 이랑이 만든 음악 등이 함께 전시된다.
61회 베니스비엔날레는 5월9일 개막해 11월22일까지 열린다.
노혜리가 6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서 선보일 ‘베어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