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경찰서 전경. 울주경찰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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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울산 울주군의 한 다가구 주택에서 30대 남성과 그의 어린 네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아내가 범죄에 연루돼 수감된 후 혼자 생계와 육아를 맡아 온 남성이 아이들을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인 7세 첫째를 비롯해 5세와 3세 아이, 그리고 태어난 지 5개월 된 막내였다. 사건 현장에는 ‘혼자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와 햄버거 봉투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이상 징후를 미리 감지하고도 막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첫째 아이의 담임 교사는 아이가 학기 초 무단 결석하자 경찰 및 울주군 공무원과 가정 방문을 했지만 아동 학대 흔적이 없어 학교에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고 돌아갔다. 울주군은 건강보험료 체납액이 쌓이자 올 2월부터 위기 가구로 지정해 긴급 복지 지원금을 지급하고, 숨진 남성에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권고했으나 남성은 신청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귀한 아이들을 넷이나 잃었으니 학교, 경찰, 울주군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보다 하루 앞선 17일에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노모와 3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월세를 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집주인이 아파트를 찾았다가 이들을 발견했다. 정부는 전기료와 수도료를 3개월 이상 체납하면 현장 확인에 나서는데 숨진 모자는 올 1월부터 체납해 불과 한 달 차이로 이 보호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달 10일엔 전북 임실군에서 90대 노모와 그의 아들에 손자까지 3명이 숨지는 일도 있었다. 장기간의 돌봄에 지친 아들이 벌인 일이라고 한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두 가정의 비극은 산업 위기를 겪고 있는 도시에서 발생했다. 울산은 석유화학 산업 불황을 겪고 있고, 군산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후 이를 대체할 만한 산업이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여서 중산층 바로 아래의 가구들까지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위기에 처한 이들이 보내는 구조의 신호를 놓치지 않도록 촘촘한 감지망을 가동하고, 기다리기보다 먼저 찾아가는 복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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