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가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한 18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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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따른 원유 수급 위기가 생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다음 달 말이면 중동 지역으로부터 신규 원유 입항이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는 국내 비축 원유 재고가 208일분이라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하루 실제 소비량이 280만 배럴에 달해 현재 비축유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68일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정부의 대응은 원유 공급망 확보와 석유 최고 가격제 등 ‘가격 누르기’에만 집중돼 왔다. 하지만 최고 가격제 정책은 소비자들의 에너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부추기는 역설을 낳고 있다.
정부는 최근 비축유 방출과 함께 35년 만의 ‘차량 5부제’ 검토를 거론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한국은 세계 8위의 에너지 다소비국이다. 역대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에 원가 상승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정치 포퓰리즘 요금’으로 묶어둔 탓에 가격의 에너지 수요 조절 기능이 마비된 탓이다.
중동발 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지금은 에너지 수요 억제 정책을 검토해야 할 때다. 특히 에너지를 아끼는 사람에게 실익을 주는 ‘절약 보상’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주요국은 보상 중심의 수요 관리가 정착되어 있다. 독일·오스트리아는 파격적인 저가 정액권으로 자가용 차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흡수했고, 영국은 피크 시간대 절전 가구에 현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다. 일본은 절전 실적을 쇼핑 포인트로 환급한다.
우리도 대중교통의 K-패스 환급률을 일반인 기준 현재 20%에서 50% 이상으로 파격 상향하고, 기후동행카드 같은 정기권 가격을 한시적으로 반값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에너지 소비 절약이 불편을 감수하는 차원이 아니라 ‘돈을 버는 활동’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자원 빈국이면서 에너지 과소비국이라는 오명은 벗어나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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