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총괄에디터] 풍선효과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펼친 정책 영향으로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정부·여당이 집값을 잡기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나선 주택시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전역에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시행된 후 올 들어 본격적으로 전·월셋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법적으로 토허제 지역에서 거래한 아파트는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한다. 2년이 넘어야 전·월세로 내놓을 수 있는 셈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66.8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실제 서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32% 급감한 상태다. 불똥이 튄 세입자(임차인)들이 다른 전세를 구하기가 어려워 집주인을 상대로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사례도 급증세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월세를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150만원을 넘어선 데 이어 2월에도 전월대비 0.73% 올랐다. 이는 34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세입자로선 비용부담이 더 커졌다. 지금과 같은 기형적인 상황은 주택 수요에 비해 (신축 아파트)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앞으로 신혼부부, 청년 등 주택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거주 강화 중심의 부동산정책이 지속될 경우 전셋값 상승률(10% 이상)이 역대 가장 높았던 2020년 하반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마저 보인다.
사법체계에서는 또다른 유형의 풍선효과가 싹을 트고 있다. 이달 12일부터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개정 헌법재판소법)는 사법권 위상(대법원 최고법원) 훼손뿐 아니라 재판 지연, 소송 비용 증가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했지만 의도치 않은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4심제를 통해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다시 뒤집을 수 있는 재판소원을 남발할 경우 ‘소송 지옥’에 빠져들 게 뻔하다. 법 시행후 18일까지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은 107건으로 이중에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성추행범, 협박범 등 중범죄 사건도 포함돼 있다. 이렇듯 중범죄자까지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재판소원을 오남용할 경우 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실질적인 권리 구제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넓게는 모든 국민이 4심제에 고통받을 수 있다. 기업 역시 노사문제, 손해배상 등과 관련한 재판이 장기화할 경우 재정적 부담뿐 아니라 경영·평판 리스크까지 확대될 수 있다.
헌재는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해 최대 1만 5000건의 재판소원이 접수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판소원 도입 후 업무량이 3~5배 폭증하는 것이다. 헌재는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중견 헌법연구관 8명으로 구성된 재판소원 전담 ‘사전 심사부’를 꾸려 사건을 걸러내기로 했지만 업무 과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전심사 30일 안에 연구관 8명이 재판소원 청구서를 다 읽을 수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무더기 각하가 나올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판소원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되레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균형잡힌 정책설계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책 시행 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함께 공론화를 거치는 것도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통제하기 위한 밑 작업이다. 그럼에도 정책 시행 후 문제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과거 여러 전례를 봤을 때 풍선이 터지기 직전까지 원래 내놓은 정책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정책 판단 실수를 스스로 인정하는 두려움이 앞선 나머지 “내 판단이 맞다”는 고집을 내려놓지 못해서다.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후속 입법과 행정 조치 등을 통해 문제점을 바로잡을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이다. 풍선효과 차단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친 결과는 참담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순식간에 민심이 돌아서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