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환율 1,500원 '더블쇼크'…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 거론
이자 부담에 소비·투자 위축 우려…정부, 추경·물가관리 복합처방
북적이는 명동 |
(세종=연합뉴스) 안채원 기자 = '중동 사태'로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국내 실물경기에도 충격파가 우려된다.
고물가와 고금리 부담이 겹치는 '이중고'로 내수 경기 회복 기대가 흔들리고,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세도 중동발 물류차질과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른바 '전쟁추경'을 편성하고 주요 민생품목의 물가를 관리하는 복합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주요국 중앙은행 금리방향 급전환 분위기…시중금리 이미 들썩
2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등 주요국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확 꺾이고 연내 인상 전망이 급부상했다.
미국, 유럽, 영국, 일본의 중앙은행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발신한 데 따른 것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중동 정세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했다.
한국은행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선 하반기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 권효성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9일 금융투자협회 '호르무즈 위기 긴급 세미나'에서 유가 108달러 이상·원/달러 환율 1,500원대 진입을 전제로 "한은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기 위해 이르면 3분기부터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는 배럴 당 110달러 이상이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환율은 20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1,500원이 넘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도 18일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로 한은이 7월과 10월에 각각 0.25%포인트(p)씩 금리를 올려 연말 최종 금리가 연 3.00%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형 금통위원도 지난 17일 간담회에서 지난달 점도표 형태로 발표한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에는 중동 사태가 고려되지 않은 것이며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시장 금리도 상승세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일 연 3.410%로 전 거래일보다 8.1bp(1bp=0.01%포인트) 올랐다.
5대 은행 |
◇ 고물가에 고금리 겹악재…내수·수출 타격 가능성
가파른 고물가·고금리 흐름은 우리 경제 회복세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 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이 확대되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동반 위축이 나타나게 된다. 무리하게 대출받은 '영끌·빚투' 족이나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부터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어렵게 살려둔 내수 불씨가 도로 약해질 수 있다. 정부는 작년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바탕으로 작년 11월부터 소비 중심의 내수 회복 진단을 유지해 왔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역시 중동사태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인공지능(AI) 경기 호황에 힘입어 수출을 견인하는 반도체의 경우, 핵심 운송 수단인 항공 물류길이 차질을 빚으면서 운임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전력 소비가 막대한 업종 특성상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도 거론된다.
재정경제부도 지난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중동 상황을 언급하며 8개월 만에 경기 하방 위험을 꺼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2.0%'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물가를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2.0%의 성장률 전망치가 유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2.3%에서 2.2%로 0.1%p 낮췄다.
NH금융연구소는 '조기 종전' 시나리오에서도 경제 충격은 1개월 이상 이어지며 성장률이 연간 0.1∼0.2%p 하락한다고 봤다. 전쟁이 3개월 지속되면 성장률은 0.3%p 낮아지고, 1년간 지속될 경우 올해 연간 성장률이 0%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추정했다.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
◇ 정부, '복합위기' 속 추경·물가 복합대응…"재정·통화 정책공조"
정부는 재정 확대와 물가안정 대책을 병행하는 '복합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최대 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가 진행 중이고,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전쟁 추경'으로 명명하며 적극적인 재정역할에 무게를 실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중심으로 23개 민생품목의 유통 구조를 점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돼지고기·밀가루 등 주요 생활밀접품목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담합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재하겠다는 움직임이다.
고물가·고환율 상황에서 재정과 통화 정책의 병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광석 교수는 "복합 위기 상황에서는 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재정정책이 경기 회복을 떠받치는 '보일러' 역할을 하고, 통화정책이 물가와 환율을 안정시키는 '에어컨' 역할을 하는 정책 공조가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다만 복합대응의 정책취지와는 달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상승으로 대출 비용이 증가하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는 지출을 줄이게 된다"며 "정부가 추경으로 재정을 확대하더라도, 민간 수요 위축으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chae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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