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물가·경제 성장 모두 불안전성 커져
환율 불안, 인플레 압박에 통화정책 '얼음'
유럽 등 일부에선 동결에서 인상으로 전환
중동 사태 확산으로 고유가와 고환율,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들이 일제히 기준금리 동결에 나서고 있다. 유가와 물가, 경제 성장이 동시에 흔들리며 글로벌 통화정책 방향을 묶어두는 모양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50~3.75% 동결한데 이어 같은 날 캐나다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2.25%로 동결했다.
19일(현지시간)에는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영란은행, 일본은행(BOJ) 등이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글로벌 금리가 '동시 동결' 상태에 들어선 모습이다.
동결의 이유는 고유가에 따른 경제적 충격으로 단기간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전쟁 이전 올해 예상됐던 글로벌 금리 인하 시나리오가 막을 내리고 일부에서는 금리 인상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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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쟁으로 불리는 이번 중동사태는 단순히 에너지 가격 상승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쟁 장기화 시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금융시장 안전성을 뒤흔들 것으로 우려된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지난해 말 대비 0.3%포인트 높은 2.7%로 전망했다. 특히 성장과 경제 전망 모두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에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가 더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리 방향 전환을 꾀하던 글로벌 국가들 역시 '불확실성'에 너나할 것 없이 관망으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영국과 ECB의 경우 당초 금리 동결 기조를 깨고 전쟁으로 인해 올해 최고 두차례의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은 앞서 러-우크라 전쟁으로 평균 인플레이션율이 크게 치솟아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이뤄졌었다. 가계·기업에 미친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추가 충격으로 인플레 우려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기준금리는 3.75%, EBC 예금금리는 2%다.
반면 0.75%의 저금리 상황에서 올해 임금 인상률이 인플레이션을 앞지를 것이란 기대감에 금리 인상을 예고했던 일본은 인상 시기를 뒤로 미뤘다.
내달 있을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무게가 쏠린다.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발표할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CSI)'를 통해 금리에 영향을 미칠 실질적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살펴볼 수 있다.
CSI는 소비자심리지수(CCSI)와 기대인플레이션율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월까지 회복세를 보여왔지만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꺾이지 않을 경우 기준금리는 장기 동결에 이어 인상 압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은 26일 '3월 금융 안정 상황'도 발표한다. 금융안정 상황 점검에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평가와 금융기관의 건전성,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담긴다. 금융기관과 고위험가구, 자영업체 연체 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중동 사태로 인해 우리 경제 성장판이 닫힐 위험이 있는지를 보여줄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특히 고환율로 인한 외화 유동성 압박을 받는 수입기업들의 대출 부실화 가능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7일에는 3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도 발표한다. 한은은 지난달 반도체 호조로 3월 기업심리지수 전망이 97.6으로 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중동 사태라는 돌발 변수가 어떻게 반영될지 관건이다.
반도체는 2월에 이어 3월에도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에너지 비용에 직격탄을 맞은 물류, 운송, 영세 제조업 심리가 급락해 전체 지수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 수출은 웃고 내수는 우는 K자형 양극화가 수치로 드러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환율은 가장 큰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조기 종전 가능성이 점쳐진 지난 20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에서 마감했다.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수입 원자재 가격을 높여 수입물가를 추가로 올려 환율에 다시금 반영되는 악순환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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