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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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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아리랑 앨범 속 ‘두웅~’ 범종 소리, 서양인에겐 생소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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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감상평

    성덕대왕신종 소리, 부처 목소리 옮긴 것

    “광화문, 대한민국 상징적 공간으로 세계에 각인”

    “광화문을 서울의 심장이자 대한민국의 상징적 공간으로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을 현장에서 감상한 뒤 본지에 소감을 전해왔다. 유 관장은 이날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서 지켜본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이 끝난 직후 본지 통화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벅차고 기쁘다”고 말했다.

    공연은 북악산을 넘어 경복궁 근정전과 흥례문, 광화문을 훑는 드론 샷으로 막을 올렸다. 조선 왕조의 정궁(正宮·가장 으뜸이 되는 궁궐)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은 직사각형 무대 조형물 안에 액자처럼 담긴 모습으로 1시간 동안 전 세계 190국에 생중계됐다. 광화문을 관리하는 문화재청장(현 국가유산청장)을 지냈던 유 관장은 “BTS가 광화문을 오색으로 물들이고, 블랙핑크가 국립중앙박물관을 핑크색으로 장식한 것은 우리의 전통과 현대가 하나로 어울리고, K컬처가 세계의 중심 무대가 된 것을 의미한다”며 “감격스럽고, 자랑스럽고, 흥겹다”고 했다.

    이날 공연에선 첫 곡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에 수록된 한국 대표 민요 ‘아리랑’이 광화문 광장에 울려 퍼졌다. 유 관장은 “아리랑이 과거의 선율이 아니라 미래를 노래하는 것으로 들렸다”며 “선율이 구슬프지 않고 활기찬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광화문 외벽에 수묵화 같은 선이 흐른 미디어 파사드도 환상적으로 전개됐다. 그는 “우리가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인 백남준의 후예임을 느끼게 해준 대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국보 성덕대왕신종이 국립경주박물관 야외 마당에 전시된 모습. /국립경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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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가 3년 9개월 만에 내놓은 이번 5집 ‘아리랑’에는 국보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의 종소리가 실렸다. 6번 트랙 ‘No.29’는 오로지 성덕대왕신종의 타종 소리와 긴 여음으로만 1분 38초를 채웠다. 깊은 울림의 ‘두웅~’ 소리가 딱 한 번 들리고, 이후 신종의 특징인 맥놀이(소리의 강약이 반복되며 길고 은은하게 계속되는 현상)가 끊어질 듯 이어진다. 유 관장의 안내로 종소리를 듣고 감동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아이디어를 내 협업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관장은 “지난해 10월 방 의장을 상설전시관 3층 감각전시실로 데려갔다. 성덕대왕신종 소리가 장중하면서 맑고, 맥놀이가 길게 이어지니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감흥이 있을 거라고 했더니 신중하게 듣더라”고 했다. 성덕대왕신종은 높이 3.66m, 무게 18.9t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最大)의 종이자, 통일신라 과학기술과 예술이 빚어낸 결정체다. 종의 형체는 더없이 장중하면서 고고한 품위를 보여주고, 몸체엔 1037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어 제작 시기와 동기, 의미까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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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 3층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 성덕대왕신종의 소리와 진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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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범종 소리는 서양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세계다. 명문에 따르면 이 종은 성덕대왕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771년 만들었다. 종소리는 진리의 원음으로, 부처님 말씀을 글로 옮기면 불경이 되고, 부처님 모습을 형상으로 옮기면 불상이 되듯이, 부처님 목소리를 옮겨놓은 것이 종소리라는 것이다.”

    유 관장은 “당시 방 의장에게 이런 의미를 상세히 들려줬더니, 새 앨범에 종소리가 수록됐다”며 “세계인들이 이 깊은 ‘천년의 소리’를 함께 듣고 마음속 번뇌를 씻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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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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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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