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등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비만 치료제는 주사 형태로 투여된다. 최근 일부 국가에서 복제약이 등장하며 가격과 접근성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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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50만원, 인도에서는 2만원. 같은 성분의 약인데도 국가에 따라 가격이 20배 가까이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에서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초저가 복제약이 쏟아지면서, 글로벌 약값 구조와 치료 접근성이 흔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지난 20일 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만료되면서 주요 제약사들이 즉시 복제약을 출시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 치료제 오젬픽에 공통으로 쓰이는 성분으로, 용량과 적응증에 따라 제품이 구분된다.
선파마, 닥터레디스, 자이더스, 글렌마크 등 대형 제약사들이 동시에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격 경쟁이 본격화됐고, 복제약 가격은 최저 1290루피(약 2만원) 수준까지 내려갔다. 이는 기존 오리지널 약 대비 최대 80~90% 저렴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 “부자들의 약에서 대중의 약으로”…무슨 변화가 일어나나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변화를 ‘치료의 민주화’로 평가했다. 그동안 고가로 인해 고소득 국가와 일부 부유층에 제한됐던 치료가 복제약을 통해 중저소득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와 중국에는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이 8억 명 이상, 당뇨 환자는 3억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복제약 확산은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니라 치료 접근성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변화로 해석된다.
● 한국은 왜 여전히 비쌀까…비급여·특허 구조의 영향
한국에서는 위고비 가격이 평균 30만~40만원대,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50만원 안팎까지 형성돼 있다.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구조와 2028년까지 유지되는 특허 보호, 높은 수요가 결합된 결과다. 경쟁 약물이 없는 상황에서 가격이 유지되는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반면 인도는 특허 만료와 동시에 제네릭 경쟁이 시작되며 가격이 급락했다. 같은 성분의 약이 국가에 따라 최대 20배에 가까운 가격 차이를 보이는 이유다.
이번 변화의 배경에는 인도의 특허 제도가 있다. 인도는 단순 개량형 의약품의 특허 연장을 제한하는 규정을 적용해 글로벌 제약사의 독점 연장을 막았다. 그 결과 복제약 진입이 가능해졌고, 이는 곧 글로벌 시장 가격 구조를 흔드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특허 정책이 곧 약값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 캐나다·중국 등 확산…비만약 시장 ‘물량전’으로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제약사들은 이미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캐나다를 시작으로 중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으로 공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2030년대 초까지 특허가 유지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기술 경쟁에서 가격 경쟁 중심의 ‘물량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차이가 커지면서 해외에서 약을 구매하려는 움직임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냉장 유통이 필요한 의약품 특성상 보관 문제와 품질 검증, 의료 관리 부재 등을 이유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격 격차가 새로운 의료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은 체중 감소뿐 아니라 당뇨와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효과까지 확인된 치료제다. 외신들은 복제약 확산이 전 세계 보건 지형을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변화의 본질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국가별로 치료 기회가 달라지는 구조적 격차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복제약 확산 속도에 따라 한국 역시 중장기적으로 가격 구조 변화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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