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해인 대전느리울초 수석교사·수석교사네트워크 대표 |
아이들과 새 학년을 맞이한 지도 어느덧 서른두 해째다. 새 학년이 되면 학생과 부모는 좋은 담임과 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 긴장 속에서 시작한다. 외동 자녀가 많고, 온라인 중심 여가 생활로 대면 소통 기회마저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새 학급에서 새로운 이들과 어울려 공동체 생활을 해 나가는 역량은 점점 더 중요한 교육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아이들을 참 열심히 가르쳐 왔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한국 학업 성취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2025년 유니세프 이노첸티 리포트 카드 19, 마음건강 지표, 신학기 교실 풍경 등을 종합해 볼 때 우리 아이들의 마음건강이 점점 염려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지식을 습득하는 인지적 역량뿐만 아니라 정서와 관계라는 비인지적 역량의 성장에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교육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사전 예방이다. 지금 나의 마음은 어떠한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할지, 불편한 대화는 어떻게 풀어 갈지 등을 미리 배우게 하는 것이다. 즉, 질병 치료에 앞서 건강관리를 하듯 문제 발생 전에 잠재적 갈등을 평화롭게 해소하는 예방 활동이야말로 교육 본연의 역할인 것이다.
나는 수석교사로서 1∼6학년 전교 학급을 대상으로 사회정서교육 수업을 진행했다. 놀이와 경기 후 자신의 감정을 찾아보는 활동에서 2등을 한 모둠 아이들의 감정 중에는 ‘기쁨, 아쉬움, 화남’이 공존했다. 2등도 너무 다행이고 기쁘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친구가 내 방법대로 안 해서 1등을 못 한 것이 화가 난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즉,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감정이 다르다는 것, 적절하게 표현하고 경청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나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을 체험으로 배우도록 했다.
다음은 사회정서교육 수업을 마무리하고 학생들에게서 받은 소감문이다. “내 감정의 종류는 다양하고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내 마음이 힘들 때 표현의 중요성을 이제 알 것 같아요.” “화났을 때 사용할 수 있는 6초 심호흡을 해봤는데, 정말 효과가 있었어요.” “이 수업은 공기 같아요, 배우지 못한다면 살아가는 데 매우 불편할 것 같아요.” 아이들은 이미 이 교육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다.
지금 세계는 사회정서교육(SEL)에 주목하고 있다. 2024년 도입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그동안의 인지적 성취에 비인지적 역량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는 전인교육의 이정표다. 학교가 가르치고 가정이 연습하며 사회가 지지할 때, 비로소 아이들은 삶의 파도를 넘어설 ‘평생의 소중한 자산’을 얻게 된다. 관계와 감정, 갈등을 다루는 지혜. 학기 초 인간관계를 막연한 운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정교한 설계로 아이의 내일을 완성해야 할 때다.
우해인 대전느리울초 수석교사·수석교사네트워크 대표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