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높이기에 어긋나”
그래픽=박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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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자사주 소각 대신 처분하겠다”
24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번 주 SK하이닉스·현대차·이마트 등의 주주총회에서 ‘자기 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방침이다. 해당 기업들이 자사주를 전부 소각하는 대신, 경영상 목적으로 일부 자사주를 처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SK하이닉스는 25일 주총에서 자사주 30만주를 임직원 보상용으로 지급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다음 날 주총을 여는 현대차도 임직원 보상을 위한 자사주 처분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LS일렉트릭·크래프톤 등도 같은 목적의 자사주 처분 계획을 들고 나왔다. 이마트의 경우 신세계푸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자사주를 동원하는 ‘포괄적 주식 교환’ 안건을 상정했다.
임직원 보상,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 목적 등에 필요한 경우 주총 승인으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는 개정 상법의 규정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민연금은 지난 12일 “상법 개정 취지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하려는 정관 변경·자사주 처분안은 일반 주주 권익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은 이들 중 일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때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공시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임직원 보상이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위해 자기 주식을 처분하는 계획은 취득 당시 공시한 내용과 일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실제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한 경영권’ 대 ‘입법 취지 왜곡’
기업들은 보상·자회사 편입에 자사주를 활용하는 게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면 자사주 처분이 주주 환원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꼬리표가 붙을까봐 걱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272곳으로, 주식 가치만 약 247조원이다.
국민연금의 자사주 처분 반대가 과도한 경영 활동 개입이란 지적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자사주를 어떻게 처분할지는 경영상 권리로 봐야 한다”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자사주 처분 등) 활동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김상철 한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기금이 주가 부양을 위해 개별 기업의 자사주 처분까지 개입하는 건, 기업의 자율성 침해와 경영 활동 위축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거꾸로 기업들의 자사주 처분이 상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자사주 처분은 자사주 소각에 비해 주주 가치 제고 효과가 적은 데다 임원진 보상을 위한 자사주 처분은 일종의 우호 지분 확보 수단으로 볼 수 있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는 주주 환원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자사주 처분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은 있다”고 지적했다.
[채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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