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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헌재, 재판소원 첫 사전심사 26건 모두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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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 시행뒤 접수된 153건중 심사

    “청구사유 충족 못해” 17건 최다

    ‘난민 퇴거 취소’는 심사에도 안올라

    “재판 불복 사건, 대부분 각하 가능성”

    동아일보

    24일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으로 관계자가 지나고 있다. 2026.3.24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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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열린 첫 사전심사에서 26건을 심사해 모두 각하했다.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종료한 것. 본안 심사로 넘어가기 위해 전원재판부로 회부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 헌재, 첫 심사 대상 모두 각하

    24일 헌재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는 이날 평의를 열고 전날까지 접수된 153건 중 26건의 재판소원 사건을 심사해 모두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 사유로는 헌재법에서 명시한 ‘명백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 등 청구 사유를 충족하지 못한 17건이 가장 많았고, ‘판결 확정 30일 이내’로 규정된 청구 기간을 넘긴 5건,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재판소원을 내 보충성 요건을 지키지 않은 2건, 기타 부적법 3건 등이었다. 이 중에서 1건은 중복 사유로 각하됐다.

    이날 심사 대상엔 ‘먹방’ 유튜버 쯔양을 협박해 수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징역 3년형이 확정된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이 청구한 사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1호 사건’으로 접수된 시리아 난민 강제퇴거명령 취소 사건도 심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납북 귀환 어부 고 김달수 씨 유족이 “형사보상 지연 결정에 대한 국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달라”며 청구한 ‘2호 사건’은 “보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재판소원을 포함한 헌법소원은 다른 법적 구제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야 청구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상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재판소원을 냈다는 이유에서다. 유족 측은 “소액 사건은 상고 이유가 제한되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아 상고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보충성 원칙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위법한 현행범 체포 및 절차적 보장이 결여된 상태에서 수집된 증거로 유죄가 선고돼 신체의 자유, 평등권 등이 침해됐다’며 제기된 재판소원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의 사실인정 또는 증거의 평가 등을 다투는 것으로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복에 불과하다”며 각하했다. 항소심이 끝나기 전에 접수된 사건에 대해서도 “재판소원은 ‘확정된 재판’을 대상으로 한다”며 각하했다.

    ● 연간 6000여 건 접수 예상… 상당수 각하될 듯

    앞서 재판소원 제도 도입이 논의될 때만 해도 대법원과 헌재 안팎에선 “사실상 4심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헌재가 첫 사전심사에서 심사 대상 26건에 대해 “확정된 재판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인은 헌재법상 재판소원 청구 사유를 갖췄는지 진지하고 충실하게 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며 모두 각하하면서 실제로 본안 심판에 회부되는 사건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전만 해도 25∼30%의 상고율을 고려해 연간 1만 건 이상의 재판소원 사건 접수를 예상했다. 하지만 시행 이후 23일까지 153건이 접수된 걸 고려하면 연간 5000∼7000건가량이 접수될 것으로 보인다. 첫 심사 기준에 비춰 볼 때 앞으로도 단순히 재판 결과에 불복하는 사건은 대부분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헌재 측 설명이다.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시행 과정에서 법률 비용이 커지는 부작용을 줄여 나가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되면 헌재 지정재판부는 사전심사에 착수해 법적 요건 등을 따져 30일 이내에 각하 결정을 내리거나 재판관 9인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로 회부한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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