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건 넘어 통계 발표 이래 최대
개인파산도 전년보다 10.5% 늘어
관광객 감소-고금리 탓 폐업 증가
“체류 유도-생활형 소비 확대해야”
제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제주시 노형동의 한 상가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게시한 지 오래된 듯 현수막 일부가 떨어져 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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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앞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현재는 트럭을 운전하며 빚을 갚고 있어요.”
20일 제주시 연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박모 씨(41)는 과거 운영했던 횟집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는 지난해 말 3년 동안 운영하던 횟집을 폐업했다. 주요 고객이던 내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데다 인건비, 재료비까지 상승하면서 경영이 악화됐다. 그는 “식당이 한창 잘되던 2023년에 빚을 내서 가게를 확장했던 게 결과적으론 무리수였다”며 “2024년 말부터 매출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은행 이자까지 늘어나면서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개인회생을 신청해 채무 3억여 원을 갚고 있다.
지난해 제주에서 개인회생을 신청한 건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방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187건으로 2013년 해당 통계가 발표된 이후 가장 많았다. 2017년 711건에서 2019년 1189건으로 처음으로 1000건을 넘어선 이후 지난해에는 2000건마저 돌파했다. 개인회생은 채무 일부를 탕감해 주는 제도다. 무담보 채무 10억 원, 담보 채무 15억 원 이하인 채무자가 5년 안에 일정한 금액을 변제하면 나머지를 면제받아 빚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채권추심에서 벗어날 수 있고, 급여 압류나 경매 등의 강제집행 중지도 가능하다.
개인파산 신청도 적지 않다. 지난해 제주지법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609건으로 2024년 551건보다 10.5% 늘었다. 개인파산은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채무자에게 연체이자와 이자, 원금 감면, 상환기간 연장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등 도산 사건이 늘어나자 대법원은 제주와 광주, 전남, 전북을 담당하는 광주회생법원을 이달 1일 개원했다.
제주에서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이 증가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박 씨 사례처럼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꼽힌다. 제주는 관광도시 특성상 지역내총생산의 80% 가까이가 외식, 숙박 등 서비스업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관광객 감소와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로 문을 닫는 사례가 많아졌다. 실제 2018년 제주에서 새로 문을 연 사업체 1만4629곳 가운데 2023년 말까지 살아남은 곳은 5892곳으로 5년 생존율이 40.3%에 그쳤다.
제주도 관계자는 “소비 둔화에 대응한 상권 회복 및 소상공인 경영 안정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폐업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컨설팅과 금융지원, 사후관리를 제공하는 데이터 기반 위기 징후 알람 모형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단기 방문 중심 관광은 소비가 특정 업종과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지역경제 확산 효과가 제한적이고, 계절과 시기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큰 구조”라며 “방문객 규모 확대보다 장기 체류를 유도하고 생활형 소비를 늘려 관광 소비의 지역 상권 확산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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