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류민호 동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수수료 7.8→3.5% 파격…배민, 브랜드 쟁탈전 포문
쿠팡이츠도 맞불…양대 플랫폼 수수료 전쟁 트리거
"경쟁 제한 아닌 경쟁 확대…시장 작동 먼저 살펴야"
"플랫폼이 갑' 시대 끝…이제 브랜드가 조건 따진다"
배민 온리는 입점 업체가 쿠팡이츠 등 경쟁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는 조건으로 중개수수료를 기존 7.8%에서 3.5%로 낮춰주는 프로모션이다. 가맹점주·시민단체 일각에선 배민의 시장 1위 지위를 앞세운 강제 전속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플랫폼 독점’ 프레임도 제기된다. 그러나 쿠팡이츠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경쟁도 해보기 전에 틀어막는 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붙어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스티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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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궁지 몰린 배민…“플랫폼이 갑” 시대 바뀐다
24일 데이터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민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월 2261만명에서 올해 2월 2306만명으로 1년여간 45만명 느는 데 그쳤다. 반면 쿠팡이츠는 같은 기간 1002만명에서 1265만명으로 263만명 급증했다. 배민 증가폭의 6배에 달한다. 시장 팽창 국면이 지나며 플랫폼 간 점유율 쟁탈전이 본격화했고, 그 압력이 배민 온리 같은 전략을 만들어낸 배경이다. 류 교수는 “배달 시장이 성숙하고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전략이 등장한 것”이라며 “섣불리 막을 게 아니라 시장 원리에 맞게 변화를 먼저 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는 OTT 플랫폼 전략 진화와 닮아있다는 게 류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넷플릭스 같은 대형 자본이 콘텐츠 시장에 들어오면서 제작 환경 자체가 좋아진 측면이 있다”며 “전속 입점은 OTT의 자체 제작 콘텐츠 전략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고 짚었다. 이어 “플랫폼 간 전속 경쟁이 붙으면 경쟁력 있는 브랜드가 플랫폼의 킬러 콘텐츠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전처럼 플랫폼이 수수료를 정하면 따르던 구조에서 벗어나,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브랜드를 잡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판의 주도권이 플랫폼에서 브랜드로 넘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배민 온리의 첫 달 성적은 예상을 웃돌았다. 처갓집양념치킨은 지난 1월 우아한형제들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2월 9일부터 배민 온리를 시행했다. 운영사 한국일오삼에 따르면 2월 처갓집 가맹점의 전체 배민 주문판매량은 전월 대비 24% 상승했고, 주문고객수도 25% 늘었다. 3월 첫째주에는 본사 원료육 출고량이 전년동기대비 28% 증가하면서 주간 역대 최고 판매수를 기록했다. 특히 2월 기준 매장당 평균 약 91만원의 수수료 절감 효과도 있었다는 것이 한국일오삼의 설명이다. 수수료 부담이 줄고 주문량이 동시에 늘면서 가맹점 수익 구조가 개선된 셈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경쟁사의 즉각적 반응이다. 쿠팡이츠 역시 처갓집 일부 가맹점을 대상으로 중개수수료를 동일한 3.5% 수준으로 낮추며 대응에 나섰다. 서울에서 주문 점유율 기준으로 쿠팡이츠가 배민을 앞섰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한국일오삼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이 정도까지 나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플랫폼 간 경쟁이 예상보다 빠르게 불붙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이런 흐름이 좋은 방향으로 자리 잡는다면 수수료 인하 여력이 생기고 서비스 경쟁 등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배민 쿠팡이츠 월간활성이용자 추이 (그래픽=문승용 기자) |
“경쟁 제한 아닌 경쟁 확대…배민 온리 막지 말아야”
물론 업계 첫 시행인 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쟁점은 배민 온리가 경쟁 플랫폼 입점을 제한하는 ‘배타조건부 거래’ 해당 여부다. 배민 측은 특정 브랜드와 협력하는 마케팅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가맹점주들에게 선택권이 있는 만큼 강제성도 없다는 것. 그러나 가맹점주 협의회와 시민단체는 공정위에 신고하며 경쟁 제한 가능성을 지적한다. 특정 플랫폼 입점 유도 방식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쿠팡이츠까지 맞대응에 나선 점을 보면 경쟁 제한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 확대 해석에 힘이 실린다.
혜택이 대형 프랜차이즈에만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플랫폼이 개별 자영업자까지 대상으로 수수료 경쟁을 벌일 유인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류 교수는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플랫폼 간 경쟁에서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으면 전체적인 기준선이 낮아지고 일반 소상공인 조건도 함께 조정되는 낙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배달 플랫폼 간 브랜드 쟁탈전이 본격화하면 경쟁력 있는 소규모 식당들도 그 수혜 범위에 들어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가맹점주 자율성과 소비자 선택권 제한 우려에 대해서도 류 교수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배달 플랫폼은 음식점·소비자·라이더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다면시장”이라며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고 업주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면 계약 자유의 범주 안에 있다”고 했다. 이어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할인 쿠폰, 특화 메뉴 등 소비자 혜택도 함께 커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정 시점의 전속 구조가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보기보다,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배민 온리는 아직 시작 단계다. 5월까지 한시 운영인 만큼 종료 후 수수료 원복 여부와 추가 브랜드 확산 가능성, 참여 매장의 매출 지속성 등 변수가 남아 있다. 긍정 효과를 무시한 채 성급한 판단은 이르다. 류 교수는 “정부는 배타조건부 거래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 실제로 시장 경쟁이 제한되는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기준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리기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살피며 시장의 작동을 지켜보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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