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남양주 가정폭력ㆍ스토킹 여성살해사건 긴급대응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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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토킹, 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일이 빈발하면서 경찰이 관계성 범죄의 위험성을 재평가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계성 범죄가 살인 같은 극단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비율만 볼 것이 아니라, 발생한 살인사건 중 상당수가 관계성 범죄에서 이어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60대 남성 A씨는 지난 20일 오후 6시쯤 부천시 한 다가구주택에서 20여년 간 사실혼 관계였던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해 체포됐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경기 남양주에서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김훈이 체포됐다.
A씨는 지난 18일 밤 9시58분쯤에도 B씨와 다툼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당시 경찰에 A씨를 신고했는데 물리적 폭행이 없었고 B씨도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아 경찰은 A씨를 인근 모델로 분리조치만 한 뒤 물러났다. 모텔에서 생활하던 A씨는 20일 B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던 거주지로 향했고, 집 안에서 다시 말다툼을 벌이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접근금지 같은 조치를 하려면 형사 입건이 필요하지만, 이전 신고 이력이 없고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해 강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경찰이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다.
실제로 관계성 범죄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매우 낮다. 경찰청이 지난해 발간한 ‘사회적 약자보호 주요 경찰 활동’의 통계를 보면, 2024년 기준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23만6647건, 교제폭력은 8만8394건, 스토킹은 3만1947건인데 같은 해 살인 사건은 768건 발생했다.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 담당 경찰관은 “실제 유치장 유치가 필요하거나 전자발찌를 채워야 할 정도의 사건이 많지 않다”며 “모든 사건을 살인이 일어날 것처럼 예상해서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살인사건을 기준에 놓으면 평가를 달리할 여지가 생긴다. 2024년 발생한 살인 사건 768건 중 선행 원인 행위가 가정폭력인 사건은 93건, 교제폭력은 43건, 스토킹은 12건이었다. 한 해동안 발생한 살인 사건 5건 중 1건(19.3%)의 배경에는 관계성 범죄가 있다는 의미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경찰은 사건이 벌어진 뒤에 활동하지만 관계성 범죄는 사전에 위험을 관리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안타깝게도 모든 일을 전부 예측할 수 없겠지만, 최근 사건에서 위험성을 정확히 판단하고 명확한 조치가 취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관계성 범죄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건은 극단적이고 예외적이지만 당사자들이나 사회가 느끼는 충격은 매우 크다”며 “극단적 폭력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사건은 가능하면 빨리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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