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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사람 손 필요한 옥내소화전, 빠른 불길에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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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링클러·가스계 설비도 한계

    사전 안전조치·탈출 훈련 필요성

    지난 20일 화재 참사가 발생한 자동차 부품업체 안전공업은 3층 옥내 주차장을 제외하면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 건물이 아니었다. 처음 불이 난 곳으로 추정되는 공장 1층과 2층 내부에는 옥내소화전만 설치돼 있었다. 자동화된 소화설비도 없었다. 불이 나면 사람이 직접 꺼야 하는데, 불길과 연기가 급격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옥내소화전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24일 취재를 종합하면, 안전공업의 경우 물이 닿으면 화재·폭발 위험이 있는 금수성 물질인 금속나트륨을 취급하기 때문에 시설 내 스프링클러가 있다 해도 화재 진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는 공장에선 물이 떨어지면 문제가 될 수 있고, 먼지를 연기로 인식하거나 열처리 시 열감지로 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나 할론·할로겐화합물·불활성기체 소화약제 등 가스계 소화설비를 갖추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제한이 따른다. 채 교수는 “가스계 소화설비는 사무실처럼 구획돼 있는 곳이 아니면 가스가 새어나가 소화 효과가 별로 없을 수 있고, 인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적용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많은 공장이 이러한 소화설비 사각지대에 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소화시설을 제대로 갖추기 어렵다면 사전 위험 관리와 대피 훈련이라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동경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옥내소화전뿐 아니라 스프링클러가 있었어도 폭발에 가까운 급격한 화재 확산이 있으면 진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사업장에서 스스로 철저한 위험성 평가를 통해 불이 나도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사전 안전조치를 하고, 비상대응계획을 세워 비상시 탈출 훈련 등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 발화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공장 내 과다한 유증기, 유분, 슬러지(찌꺼기) 등이 화재의 급속한 확산에 결정적 요인이 됐을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이 공장에서 7건의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최근인 2023년 6월 레이저 용접기에서 생긴 용접 불티가 집진기를 통해 이동하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일어났다. 이 사고 한 달 전쯤에도 집진기 덕트 청소를 위해 천공 작업을 하던 중 생긴 불티가 슬러지에 붙으며 불이 나는 등 주로 집진시설 분진이나 슬러지 등으로 인한 화재가 많았다. 채 교수는 “공장 내 유증기나 집진설비에 의해 작은 스파크로도 연소가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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