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초콜릿 거리’ 전남 해남 하루길…달라진 풍경
전남 해남군이 조성한 ‘초콜릿 거리’의 거점 가게인 ‘달끝초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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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로 생기 잃어가던 원도심…공모로 특화 거리 조성
인근 점포들도 매출 ‘쑥’…관광객들 골라 먹는 재미에 ‘푹’
전남 해남군 해남읍 ‘하루길’ 사거리에 들어서자 거대한 리본 조형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인근 건물 외벽에는 분홍색 대형 하트가 걸렸고, 옆으로 초콜릿 아이스크림 모형의 포토존도 있었다.
조형물을 따라 걷자 골목 곳곳에서 수제 초콜릿 매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콤쌉싸름한 카카오 향이 골목에 은은하게 퍼졌다. 가게마다 초콜릿을 고르는 고객들로 가득했다. 상인들은 선물용 상자를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인구 감소로 생기를 잃어가던 해남읍 원도심에 조성된 ‘국내 1호 초콜릿 거리’의 모습이다.
초콜릿 거리는 점점 쇠퇴해가는 원도심 재생을 위해 만들어졌다. 해남읍 원도심은 군청과 시장, 주요 상가가 모인 중심 상권이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온라인 소비 확대로 빈 점포가 늘면서 상권 침체가 이어졌다. 한때 공실률은 31%에 달했다.
해남군은 고구마, 대흥사, 명량대첩지 우수영 같은 기존 자산만으로 젊은 층이 찾는 로컬 브랜드 상권을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야기를 곁들일 수 있는 대안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국내에 아직 없는 초콜릿 거리를 떠올렸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2024년부터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전남도 공모로 선정된 원도심 상권 활성화 사업을 통해 특화 거리 조성을 추진했다. 6억9000만원을 투입해 낡은 골목 전체를 하나의 선물 상자처럼 꾸몄다. 골목을 감싼 조형물에는 침체한 상권이 다시 활기를 찾기를 바라는 뜻에서 ‘리본(Re-born·다시 태어나다)’을 달았다.
하루길에선 현재 수제 초콜릿 매장 5곳이 운영되고 있다. 거점 공간인 ‘달끝초코’를 중심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신규 창업 및 기존 로컬 매장들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달끝초코는 해남의 ‘땅끝’과 초콜릿의 달콤함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올해 5곳이 추가로 개점한다. 해남군은 신규 창업에는 최대 5000만원, 기존 점포의 품목 추가 시에는 500만원을 지원하며 매장 확산을 유도했다.
초콜릿에 지역 특산물을 접목한 점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카카오 원두를 직접 가공하는 빈투바(Bean to Bar) 방식에 해남 고구마와 밤호박, 무화과 등을 결합해 가게별 특색을 만들었다. 달끝초코 2층에 마련된 교육장을 거쳐간 수료생들이 창업에 나서면서 거리의 자생력도 높아지고 있다.
수제 초콜릿점 공심당의 공남임 대표는 “지역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가게까지 열게 됐다”며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권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하루길 내 전체 88개 점포의 매출액은 2024년 하반기 3031만원에서 1년 새 3540만원으로 약 16.8% 증가했다. ‘두바이쫀득쿠키’ 덕에 올해 상반기에는 초콜릿 가게 하루 매출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공실은 지난해 10월 30개에서 올해 2월 24개로 줄었다.
2박3일 동안 해남에서 머물고 마지막 일정으로 하루길을 찾았다는 김형진·최지현 부부는 “검색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됐는데 점포마다 특색 있는 초콜릿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초콜릿 특화 거리를 포함한 상권 활성화 사업은 2028년까지 5년 동안 추진된다. 내년에는 전남 주요 관광지 일대에도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스포츠 대회 및 전지훈련 일정으로 방문한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펼친다.
과제도 남았다. 초콜릿 매장이 띄엄띄엄 자리 잡은 탓에 방문객의 체류시간이 짧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보행 환경 개선도 숙제다. 군은 ‘차 없는 거리’ 조성도 검토했지만, 상인 간 의견 차이로 추진하지 못했다.
김덕일 해남원도심 상권 활성화 추진단장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홍보 등 사업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꾸준히 높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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