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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예술과 오늘]K컬처팬의 새로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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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드라마월드>라는 흥미로운 작품 하나가 세상에 공개됐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라쿠텐 비키가 공개한 이 한·중·미 합작 시리즈는 출생의 비밀, 불치병, 기억상실 등 이른바 K드라마의 단골 소재와 관련 클리셰를 재치있게 비틀면서 해외 한류팬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작품은, K드라마 시청이 유일한 낙인 주인공 클레어(리브 휴슨)가 우연히 신비한 힘에 이끌려 ‘드라마월드’라는 판타지 세계로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평소 즐겨보던 K드라마의 세계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드라마월드’가 위기에 빠진 것을 깨달은 클레어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주요 줄거리다.

    <드라마월드>는 그 과정에서 K드라마의 진부한 관습들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하면서 비평적 효과까지 거둔다. 급작스러운 교통사고, 뜬금없는 복근 노출 등 개연성 부족한 장면들의 뻔뻔한 재연이 웃음을 이끌어내고, 수동적 여성과 구원자 남성 등 시대착오적 요소들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당시 <드라마월드>의 성공은 K드라마 클리셰에 익숙한 해외팬들이 이미 탄탄한 시청층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즉 한류의 성장을 확인시켜준 사례였다.

    그로부터 10년 뒤, 한류의 새로운 단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작품이 등장했다. 지난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다시, 서울에서>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인도 타밀나두 작은 마을 출신의 열혈 한류팬인 셴바가 평소 동경해온 서울에 도착한 뒤 여러 관계에 휘말리며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기를 그린다. 이야기의 주무대는 서울이지만, 인도 감독 라 카르틱이 연출하고 인도 배우 프리양카 아룰 모한이 주연을 맡은 인도 영화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주인공 셴바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주목할 만하다. 그의 고향에는 타밀나두 출신으로 가야 수로왕의 아내가 된 셴바발람(허황옥)의 설화가 널리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셴바발람의 전설을 듣게 된 셴바는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한국에 ‘문화적 유대감’을 느낀다. 그가 한국행을 열망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문화적 연결고리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 오게 된 셴바는 경복궁, 한옥마을, 청계천 등 K컬처의 익숙한 배경을 탐험하면서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나간다.

    한류팬 주인공을 내세웠지만 그가 일방적으로 K컬처에 감화되는 것이 아니라 모국의 문화적 뿌리를 확인하며 융합을 추구한다는 점이 <다시, 서울에서>의 가장 인상 깊은 지점이다. 일터인 한국 식당에서 김치볶음밥 재료가 떨어지자 부모님의 손맛을 떠올려 인도식 김치볶음밥을 내놓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야기 형식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친구가 된 할머니와 그 아들의 가족 갈등처럼 K드라마의 클리셰를 사용하면서도 발리우드식 뮤지컬 장치로 갈등을 유쾌하게 돌파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K드라마 클리셰를 유쾌하게 소비한 <드라마월드> 세대에서, 이제는 자국의 문화코드를 결합해 새로운 융합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한류팬 세대가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이정표로도 볼 수 있다. 그동안 한류팬들의 한국 방문기 종류는 대부분 한류의 일방향적 전파를 묘사했다. 그러다 보니 한류 시청층은 점점 확대되면서도, K드라마가 고질적으로 반복하는 타 문화권에 대한 무시나 왜곡 등의 문제를 반성할 기회도 줄어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K컬처팬의 새로운 시선을 확인시켜준 <다시, 서울에서>와 같은 작품의 등장이 매우 반갑다.

    경향신문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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