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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역사와 현실]후퇴하는 미국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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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전쟁은 왜 시작되었는지도 불분명하거니와, 어떻게 끝날지도 짐작할 수 없게 전개되고 있다. 수많은 예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저명한 미국 역사학자가 단연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만한 예측을 내놓아 주목을 끈다. 통상 역사학자는 과거를 다루는 사람이니만큼 미래에 대해 말하기를 즐겨하지 않으며, 예측한다고 해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게 상례다. 그런데도 역사학자로서 과감하고도 구체적인 예측을 시도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프랑스 근대사를 전공하고 하버드대 교수를 역임한 로버트 단턴이 최근 이란 전쟁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가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지지율 하락을 겪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간선거를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 혼자 선거를 보이콧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예측일 것이다. 그러나 요점은 중간선거가 실제로 중단되거나 연기될지 여부가 아니라 그런 시나리오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트럼프 시대 미국 민주주의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단턴은 트럼프가 아무렇지 않게 독재자가 필요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는 것에, 또 2025년 11월의 국가안보전략(NSS)에 민주주의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다는 것에 주목한다. 실제로 미국 일부 도시들에는 이민 단속과 치안을 명분으로 군인들이 배치됐고, 이는 불법이라고 단턴은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미 “절대 권력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였고, 그런 이데올로기는 미국 도시들뿐만 아니라 국제 무대의 외교 정책들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란 전쟁도 정확히 그런 맥락에서 발발한 “비합법적이고 비도덕적이며 어리석은” 사태라고 비난한다.

    사태가 그렇다면 단턴의 말대로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돼도 이상할 것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비상권력의 행사는 트럼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이미 선례가 많다. 영국 정치학자 마크 네오클레우스에 따르면, 원래 예외 상황에 적용되던 계엄령은 현대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의 비상권력으로 상설화되고 제도화됐다. 미국의 경우 비상권력은 뉴딜 시대, 트루먼과 닉슨 시기, ‘테러와의 전쟁’ 때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발동됐다. 트럼프의 글로벌 관세도 국가안보의 위협을 명분으로 부과됐다. 네오클레우스의 논변에 따른다면, 우리는 영구적이고 잠재적인 비상사태 아래에 살고 있으며, 우리의 자유는 국가안보의 필요에서 손쉽게 제한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현대 국가는 건전한 자유민주주의일지라도 사회를 통제할 괴물 같은 권력을 내장하고 있다. 단턴은 트럼프주의가 민주주의에서 전제적 지배로 기울어가는 위험 신호라고 본다. 자기 검열이 그런 권력의 징후로서, 지금 많은 미국인들이 공포 때문에 마음속 생각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가 이란 전쟁에 비판적 기사를 내는 언론사들과 설전을 벌이고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경고하는 모습에서, 또 트럼프의 즉흥적이고 자기 모순적인 발언들과 그에 편승해 부정확하고 허구적인 정보들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자유의 위축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실감한다.

    일찍이 단턴은 <검열관들>이라는 책에서 18세기 프랑스와 19세기 영국령 인도, 20세기 동독의 검열관들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불온한’ 생각을 통제하는 국가 권력의 불온함을 드러낸 적이 있다. 자유주의를 표방한 경우(영국)도 국가는 검열했다. 현대 민주주의는 예외인가? 단턴은 종이 인쇄물 시대에도 검열이 그리 막강한 힘을 행사했는데, 하물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시대에 그 힘은 얼마나 거대할지 생각해보라고 촉구했다. 오늘날 미국에서 아직 공식적인 국가 검열은 없지만 표현의 자유가 봉착한 어려움은 민주주의가 직면한 곤경의 중요한 일부다.

    경향신문

    장문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장문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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