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확산…모방범죄 우려
항우울제 성분 등 처방전 없이 판매
본인 확인 없어…대량구매도 가능
전문가들 “플랫폼 단속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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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의약품 해외 직구 플랫폼 D사에선 이날 기준 오피프라몰·가바펜틴·루라시돈 등 항우울제 성분이 처방전 없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들 전문의약품은 주로 우울증이나 정신병 치료에 활용된다. 구매 과정에서 별도의 본인 확인 절차는 필요없었다. 한 번에 1년 치 이상 대량 구매도 가능해 섭취 주기와 양을 소비자가 직접 조절할 수 있었다. 해당 사이트에는 누적 1만 8000여 건의 후기가 올라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유사한 방식으로 판매를 이어가는 다른 플랫폼들에 대한 정보 공유도 활발히 이뤄지는 실정이다.
이 같은 전문의약품 성분은 각자 치료 목적으로 쓰이지만, 임의로 혼합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강북구 모텔 연쇄살인 사건에 활용된 약물 성분의 목록이 퍼지고 있어 모방 범죄도 우려된다. 해당 게시물들에는 이번 범행에 사용된 벤조디아제핀계 신경안정제와 항우울제 등 의약품 8종의 명칭과 구체적인 제약사, 성분 함량(비율)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김소영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환자를 가장해 병원을 돌며 이 같은 성분들을 확보하는 ‘약물 쇼핑’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제약 업계 등에 따르면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신경통 치료제인 가바펜틴은 김소영의 범행에 활용된 벤조디아제핀계 신경안정제와 병용 시 호흡 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 설트랄린·벤라팍신 등 항우울제 성분은 다른 약물과 섞여 복용될 경우 고열이나 발작 등 부작용을 유발할 위험이 높다. 일반적으로 의약품 해외직구 사이트들은 이 같은 성분들을 일반 영양제로 허위 신고해 국내로 배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치사량에 달하는 약물 조합법의 노출과 불법 유통의 결합이 각종 사회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공개된 치명적인 조제법이 불법 구매 경로와 결합해 범죄나 자살을 조장할 위험이 크다”며 “SNS상의 약물 거래가 취약 계층의 관행으로 굳어진 만큼 이제라도 단속과 플랫폼 제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같은 위법 게시물 확산에 엄중히 대응할 방침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온라인망을 거쳐 유통되는 자료 중 관련 법규를 어긴 대상을 불법물로 규정해 심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을 목적으로 하거나 이를 돕는 내용 등 위법 소지가 있는 사안은 식약처·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공조해 엄격히 판단하고 시정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소영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약 2개월에 걸쳐 남성 6명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의식을 잃게 하거나 숨지게 한 혐의로 10일 구속기소됐다. 범행 이전에는 챗GPT 등 생성형 AI에 약물별 치사량과 배합 비율을 반복 질의하며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6명의 피해자들 중 2명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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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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