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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7 (금)

    단순 구매 넘어 '소속감' 판다... 커머스 업계, 팬덤 경제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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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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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디즈에서 펀딩된 '모범택시' 굿즈/사진=와디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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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업계가 K-드라마, 프로야구, e스포츠 등 강력한 팬덤을 거느린 지식재산권(IP)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완성된 상품(굿즈)을 판매하던 방식을 넘어선 모습입니다.

    기획부터 함께, '프로슈머' 자처하는 팬덤

    팬들에게 굿즈 소비는 단순한 물건 구매가 아닙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대상과 연결된 듯한, 끈끈한 소속감을 확인하는 적극적인 애정 표현입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팬덤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K-콘텐츠 굿즈의 핵심 테스트베드로 부상했습니다.

    정해진 기간에만 참여할 수 있다는 펀딩 고유의 특성도 한몫을 차지합니다. 희소성과 소장 가치가 더해지면서 팬덤의 자발적이고 폭발적인 참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와디즈에서 진행된 K-드라마 굿즈 펀딩의 평균 알림 신청자 수는 전체 펀딩 평균보다 약 2.2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제품을 함께 만든다는 느낌을 주는 와디즈의 특성이 팬덤 정서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이런 참여형 구조는 IP 보유사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대규모 생산에 들어가기 앞서 팬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획 단계부터 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해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굿즈 유목민 정착시키는 상시 큐레이션

    그동안 굿즈 시장은 이벤트성 팝업 스토어나 단기 프로모션을 중심으로 흘러갔습니다. 팬들은 원하는 상품을 구하기 위해 여러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을 전전해야 하는 이른바 '굿즈 유목민'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무신사는 이런 쇼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스포츠 및 캐릭터 IP 전문 큐레이션관인 '팬 스토어'를 최근 론칭했습니다. 이벤트 기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언제든 플랫폼 내 전용 카테고리에서 굿즈를 직관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환경을 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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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에 자리잡은 유니폼 판매 공간/사진=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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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신사는 KBO, K리그 등 8대 스포츠 리그 소속 86개 구단의 상품은 물론 마블, 디즈니 등 84개 글로벌 메가 IP 기반 상품 약 7500개를 정교하게 분류했습니다. 잘 정돈된 데이터베이스는 플랫폼 검색 효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공식 굿즈와 입점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전략도 유효했습니다. 기존의 정형화된 응원복이나 기념품을 넘어, 최신 트렌드가 반영된 라이프스타일 패션 아이템까지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팬덤 커머스가 팬들의 일상복 소비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지갑 대신 시간 뺏는다, 예능이 된 커머스

    일부 플랫폼은 아예 물건을 팔지 않는 파격적인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팬들이 온전히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마련해 우선 플랫폼에 발을 들이게 만드는 '록인' 전략입니다. CJ온스타일은 프로야구 개막 시즌에 맞춰 상품 판매를 배제한 라이브 방송 '크보집즁'을 선보였습니다.

    야구장 라커룸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스튜디오와 가로형 중계 화면은 현장감을 극대화했습니다. 팬들은 방송인 유병재의 진행에 맞춰 우승 구단 예측, 팬심 테스트 등 양방향 콘텐츠에 활발하게 참여했습니다. 상업성을 덜어낸 기획이 오히려 팬들의 거부감을 없애고 호응을 끌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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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만들어진 콘텐츠로 형성된 유대감은 결국 자연스러운 소비로 이어집니다. CJ온스타일은 '일상 속 우승 기원'이라는 콘셉트로 KBO 10개 구단과 협업한 피크닉 매트, 방도 스카프 등 실용적인 굿즈를 연이어 출시했습니다.

    방송을 통해 유쾌한 경험을 공유한 팬들은 자신의 일상에서도 팬심을 은은하게 드러낼 수 있는 상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습니다. 콘텐츠와 커머스의 성공적인 결합 사례입니다.

    팬덤 업고 국경 넘는다, 글로벌 진출의 촉매제

    팬덤을 매개로 한 커머스 비즈니스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영토 확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팬덤을 거느린 K-콘텐츠와 e스포츠 구단의 IP는 국내 유통 플랫폼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가장 확실한 무기입니다. 와디즈에서 진행된 '모범택시3', '폭군의 셰프' 굿즈 펀딩에는 오픈 당일부터 미국, 일본 등 수십 개국 해외 팬들의 결제가 쏟아지며 글로벌 K-굿즈의 수요를 입증했습니다.

    글로벌 팬덤은 소셜 미디어에서 자체적인 홍보 대사 역할을 합니다. 엑스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펀딩 소식을 자발적으로 나르고 해시태그 캠페인을 벌입니다. 현재 와디즈는 매월 평균 100여 개의 펀딩 프로젝트를 해외로 내보내며 글로벌 거래액 덩치를 키우고 있습니다.

    에이블리가 글로벌 명문 e스포츠 구단 T1과 손을 잡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롤 국제 대회에서 통산 6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쓴 T1의 공식 굿즈를 단독 유통함으로써 글로벌 팬덤을 흡수할 기회를 잡았습니다. 국내 패션 플랫폼의 운영 노하우에 세계 최상위권 e스포츠 구단의 팬덤 화력이 더해진 구조입니다.

    와디즈 관계자는 "공식 굿즈 펀딩 외 다양한 사전 프로모션을 통해 제작사 및 방송사와의 다양한 협업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K-콘텐츠 글로벌 프로모션 플랫폼'으로 도약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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