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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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세기 과학기술혁명을 배경으로 인간의 이성과 경험에 기초한 과학적 세계관이 신학을 대체해 자연과 사회를 이해하는 주류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 이 근대적 세계관의 핵심 요소는 결정론(determinism), 원자론(atomism), 선형론(linearity)이다. 결정론은 사회를 포함한 세계는 모두 특정한 인과 원리로 완벽하게 설명된다는 논리이다. 원자론은 세계가 마치 원자처럼 고립된 요소들의 기계적 조합으로 형성되고 따라서 생물체를 포함한 어떤 물체도 그 구성요소로 분해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선형론은 모든 현상은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게 구분되고 특정 요인이 선형적(일정한 방향과 비례)으로 특정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논리이다.
이 근대 과학철학은 특정한 사물현상의 존재와 변화를 간결하고 경제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 인간이 세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동시에 근대 과학철학은 사물현상에 대한 일반화를 통해 다수의 사람들 사이에 의사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개념’, 사물현상의 존재와 변화 방식에 대한 ‘이론’, 추상적인 개념과 이론을 구체적인 속성으로 확인하는 ‘측정’과 같은 사유와 방법을 발전시킴으로써 자연과 사회를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어 왔다.
그럼에도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기 어렵거나 원인과 결과가 비선형 관계(nonlinearity)에 있거나 같은 요인이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많은 일탈 현상과 사례가 관측됨에 따라, 근대 과학철학의 예측력과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 결과 ‘복잡 시스템’이라는 자연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세계관이 출현하게 되었다. 복잡 시스템 이론은 비선형성을 강조하는 경우 초기 조건에 극히 민감한 결과를 갖는 역학 현상인 ‘카오스’, 작은 부분이 전체와 닮은 구조가 끝없이 반복되는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의 기하학적 패턴인 ‘프랙탈’, 눈사태처럼 우연적인 작은 자극으로 대규모 현상이 갑자기 발생하는 ‘파국이론’, 저량(stocks)·유량(flows)·시간 지연의 정보가 만드는 피드백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비선형적인 ‘시스템 다이내믹스’을 포함한다.
그러나 생물이나 사회 시스템의 유지와 발전에서 초점을 둔다면 거대 복잡 시스템(giant complex systems) 또는 복잡 적응 시스템(complex adaptive system) 개념이 주목된다. 거대 복잡 시스템은 무수히 많은 이질적인 행위자(요소)가 선형·비선형의 다양한 관계를 맺으면서 다층적인 구조를 형성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이러한 유형의 시스템에는 인간의 신체·두뇌·자연지리·사회·작전·전쟁 시스템이 포함되고 이 시스템은 주변 환경과 에너지·정보·물질을 교환하기 때문에 개방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개방적 거대 복잡 시스템은 구성요소 간 상호작용 과정으로 구성요소로 환원하기 힘든 새로운 성질(기능)이 발생하는 창발성(emergence), 구성요소의 단순한 종합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의 성질인 전체성, 구성요소 간 상호작용 방식의 다양한 가능성으로 미래 시스템의 상황(성질)을 단정할 수 없는 불확정성,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시스템을 생존·유지하려는 적응성, 기존의 경험과 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역사성(경로의존성), 환경 또는 다른 구성요소의 변화에 동반해 변화 또는 진화하는 공진화성(coevolution)의 특징이 있다. 전쟁 또는 작전 시스템은 앞의 특징에 더해 다른 시스템과의 충돌을 기본속성으로 하는 강한 대립성이나 전쟁(작전) 능력 창발을 위해 구성요소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중요한 합동성, 즉각적인 반응(적응)을 요구하는 실시간성, 정보·전장 상황 감지 상의 불완정성의 특징이 있다.
인공지능(AI), 네트워크, 빅데이터, 가상기술, 생물기술, 뇌공학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한 신지능 시대에 복잡 시스템 특징은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네트워크와 AI 기술 등으로 사이버-물리-사회 공간의 통합 시스템(Cyber-Physical-Social System, CPSS)이 형성·발전된 상황에서 인간과 기계 간 결합, 인간과 가상공간의 결합, 소프트웨어형 또는 하이브리드형 지능체들의 대거 출현으로 새로운 유형의 거대 복잡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문제가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특정 개인이거나 집단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과 같은 SNS를 매개로 자신들의 주장이나 사상을 AI 기반 ‘네트워크 동역학’ 기술을 활용해 무분별하게 확산시키거나 추천 알고리즘에 사로잡혀 극단적인 방향으로 생각이 굳어지는 정보 누에고치(information cocoon) 현상이 출현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건전한 시민의 비판적 성찰과 합리적 참여를 전제로 하는 기존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시스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전쟁과 작전 시스템도 신지능 시대의 도래로 다양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특히 작전 시스템에서는 육상·공중·해상의 다양한 자율 무인 시스템으로 구성되는 전체 작전 시스템이 내부의 예기치 않은 오류(bug)나 전자기 스펙트럼 공격과 같은 외부의 간섭으로 불확정적인 상황에서 전투력을 회복해야 하는 탄력성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또 신지능 시대 작전 시스템은 급속히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대응해 기계학습과 진화과정을 통해 전투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적응성 문제를 가지게 되었다. 이와 함께 미시와 거시 세계의 다양한 자율 무인 시스템들이 ‘자기조직화’, ‘자기협동’, ‘자기적응’ 과정을 거쳐 작전능력을 형성해야 하는 창발성 이슈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다양한 지능체들이 존재하는 신지능 시대에 복잡 시스템 특징이 사회 이슈를 중심으로 뚜렷해지는 상황은 전통적인 과학철학만으로는 시민사회의 건강한 발전이나 국가안보를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음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결국 신지능 시대의 다양한 복잡성은 복잡 시스템 관점에 기초해 풀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해법은 공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적절한 활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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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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