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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8 (토)

    [편집자레터] 카프카의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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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그대, 글을 쓰다가 보니 다시 아주 늦은 시각입니다. (…) 정말 유감스럽게도 나를 깨우는 것은 여자친구가 아니라 그녀에게 쓰려고 하는 편지뿐입니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1913년 1월 15일 보낸 편지의 일부입니다. 독문학자 권혁준 인천대 명예교수가 엮고 옮긴 ‘카프카의 문장들’(마음산책)에서 읽었습니다.

    저렇게 글쓰기에 미친 남자, 연인이나 남편으로 좋을까요? 고개가 내저어집니다. 항상 2순위인 삶을 원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저라면 이렇게 물어볼 것 같습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는 거야? 아니면 내게 편지를 쓰는 너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카프카는 1912년 8월 13일 친구 막스 브로트의 집에서 펠리체를 처음 만났고, 9월 20일부터 편지 왕래를 시작했답니다. “카프카는 펠리체와 교제하면서 결혼을 통해 시민적 삶에 본격 진입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하지만 오직 글쓰기에 희망을 걸었던 카프카는 서민적 삶에 대한 전망을 가질 수 없었고, 펠리체와도 약혼과 파혼을 두 차례 거듭하는 등 결혼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1913년 4월 20일 펠리체에게 쓴 편지에서 카프카는 말합니다. “글을 쓰는 일은 나의 내적 실존의 유일한 가능성이라는 점을 그대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카프카는 1917년 성탄절 무렵 펠리체와 결별합니다. 이후 펠리체는 다른 사람과 결혼했고, 나치의 유대인 탄압이 심해지자 미국으로 망명합니다. 남편이 사망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카프카에게서 받은 약 500통의 편지를 출판업자에게 팔았답니다. 카프카와 교제하는 동안 애타며 속 끓였겠지만, 그와의 연애가 금전적으로나마 도움이 되었다니, 펠리체 입장에서 썩 나쁜 결말은 아니라 여기며 책을 덮었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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