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유망 기업·두뇌 유출 막아
마누스 샤오훙 최고경영자(CEO) |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마누스의 샤오훙 최고경영자(CEO)와 지이차오 최고과학책임자(CSO)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공동 창업자 세 명 중 기술 개발을 총괄했던 두 사람의 발이 중국에 묶인 것이다. 두 사람은 최근 중국 경제기획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회의에 소환돼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정 위반 가능성 등에 대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식 수사가 시작됐거나 구체적인 혐의가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조사 직후 이들의 출국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이번 사안을 단순한 행정 점검이 아닌 전략 산업 관리 차원에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누스는 인간이 일일이 명령하지 않아도 스스로 계획을 세워 조사·분석·코딩 같은 복합 업무를 수행하는 AI 개발로 주목받은 기업이다. 한때 ‘제2의 딥시크’로 불릴 정도로 중국 AI 업계의 기대주로 꼽혔다. 메타가 이 회사를 눈여겨본 것도 단순히 기술 하나를 사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세대 AI 시장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는 팀과 서비스 모델을 통째로 확보하려는 계산 때문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지난해 말 20억달러(약 3조원)를 들여 마누스 인수에 나섰다. 그러나 마누스는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투자 유치와 AI 반도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지난해 7월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다. 중국 내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두고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거점을 옮기는 ‘싱가포르 워싱’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연구개발(R&D) 인력과 핵심 알고리즘이 중국 내에서 형성됐다는 점을 근거로 마누스의 해외 법인 매각도 기술 수출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올해 초 메타의 마누스 인수에 대해 “수출 통제, 기술 수출입, 대외투자 관련 법규에 부합하는지 평가·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2020년 시행된 수출관리법과 최근 개정된 대외무역법을 통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의 해외 이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마누스 사안에 대해 “관련 상황을 잘 알지 못하며 주관 부처에 문의하라”는 원칙적 입장만 내놨다.
마누스 인수를 허용할 경우 자국에서 키운 AI 스타트업이 해외에 지주회사를 세운 뒤 미국 자본에 매각되고, 핵심 창업자와 연구 인력까지 자연스럽게 해외 생태계로 편입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베이징 기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중국이 핵심 기술 인재 유출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관리하기 시작한 상징적 사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관세나 반도체 수출 통제를 넘어 인재·지식재산권을 놓고 겨루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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