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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30 (월)

    파키스탄, 美·이란 전쟁 중재 자처…외교적 도박인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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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무즈 통과 허용·15개항 평화안 전달

    암호화폐·노벨상 추천으로 쌓은 美신뢰 발판

    실패시 역풍 우려…사우디 상호방위협정 등

    "고립→무대 중심, 이미지 변신 자체가 성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이란 간 전쟁이 5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파키스탄이 양측의 중재자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 한때 미국으로부터 외면받았던 파키스탄이 이란 전쟁을 계기로 국제 외교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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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왼쪽) 총리와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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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이 미국의 15개항 평화안을 이란 측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협상 개최지로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자처하고 나섰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파키스탄 국적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한 데 대해 “이란의 진지하고 확고한 협상 의지를 보여주는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WSJ는 이란이 파키스탄 선박 20척의 해협 통과를 허용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 이샤크 다르는 해당 조치가 파키스탄이 개설한 비공개 채널을 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무니르의 ‘워싱턴 공략’

    이번 중재 외교의 설계자로는 파키스탄의 실질적 최고권력자인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니르를 “내가 좋아하는 야전 원수”라고 칭한 바 있다.

    WSJ에 따르면 무니르 육참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연결된 인물들을 포함해 트럼프 측근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왔다. 지난 1월 무니르 총장은 이슬라마바드에서 트럼프 행정부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의 아들 재크 위트코프가 이끄는 암호화폐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과 파키스탄 재무부 간 스테이블코인 활용 협약 체결을 직접 주재했다. 해당 기업이 외국 정부와 맺은 첫 번째 협약이었다.

    파키스탄은 또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으며, 트럼프의 ‘국제 평화위원회’ 창설에도 초기 참여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말리하 로디 전 주미 파키스탄 대사는 “파키스탄은 트럼프 2기 초반 그에게 두 차례 조기 성과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카불 공항 폭탄 테러 배후를 검거해 넘긴 것과 인도·파키스탄 충돌 당시 미국의 중재에 적극 화답한 것이 대표적이다.

    WSJ은 또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워싱턴 회의에서 파키스탄 국영항공사 소유 뉴욕 루스벨트 호텔을 미·파키스탄이 공동 재개발하는 협약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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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회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운데)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오른쪽)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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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줄타기’…실패 시 역풍 우려

    중재 외교의 이면에는 파키스탄 특유의 지정학적 딜레마가 자리한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900㎞의 국경을 맞대고 있고,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4000만명의 시아파 무슬림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는 국경 밀수 및 발로치 분리주의 세력 단속에서 공조해왔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달 28일 이스라엘의 공격에 의해 사망한 직후 파키스탄 전역에서 반미 시위가 격화해 수십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해 9월 체결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상호방위협정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협정은 한쪽 당사국에 대한 공격을 다른 당사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란이 사우디 군사기지를 타격한 이번 상황에서 파키스탄이 분쟁에 연루될 우려가 제기된다. FT에 따르면 파키스탄 군 수뇌부 주변에서는 “사우디 협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억지력을 위한 협정이었는데 억지에 실패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FT는 스팀슨센터 남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 엘리자베스 스렐켈드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이 진정한 외교적 해법이 아닌 지상군 전개를 위한 시간 벌기 차원에서 협상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면, 파키스탄은 이란으로부터 공모자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사인 하카니 전 주미 파키스탄 대사는 “딜이 성사되든 아니든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모두 이기는 상황”이라며 “고립된 이미지가 무대 중심에 선 이미지로 바뀌었다는 것 자체가 성과”라고 평가했다. 파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이집트 외무장관은 오는 29~30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지역 긴장 완화를 포함한 다양한 현안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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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외교부가 촬영·배포한 사진으로, 바드르 압델라티(왼쪽) 이집트 외무장관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 도착 후 파키스탄 외교부 관계자와 함께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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