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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스타작가 이불, 제가 세계에 알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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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국립미술관 '테이트 모던' 수석큐레이터 클라라 킴]

중남미 등 비서구권 예술가 발굴… 최정화·김범·박찬경 등 해외 소개

'영향력 있는 亞 미술인 5인'에 뽑혀

소마미술관 '테이트 누드' 展 방문 "통쾌한 현대작품 놓치지 마세요"

"아니 아니, '이카루스' 말고 좀 더 현대적인 거요. 음, 피카소도 올드(old)해요. 아, 키리코가 좋겠다! 저 재미난 바나나 그림 앞에서 찍을래요."

지난 25일, '영국국립미술관 테이트명작전―누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을 찾은 클라라 킴(42)은 사진 촬영에 까다로웠다. 런던 테이트미술관 4개 분관 중 연간 600만명 관람객이 몰리는 '테이트 모던'에서 수석큐레이터를 맡은 사람다웠다. "고전도 아름답지만 전 현대미술이 좋아요. 재미있고 날카롭잖아요. 저기 바클리 헨드릭스 그림(줄스가족:나체흑인금지) 좀 보세요. 흑인 청년의 몸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 통쾌하고 멋지지 않나요?"

조선일보

‘테이트 명작전’을 찾은 클라라 킴이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시인의 불확실성’앞에 섰다. 그는“불안과 폭력의 서사를 담은 데이비드 보이나로비치의 사진 3점도 꼭 감상해야 할 명작”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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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킴은 세계 현대미술 보고(寶庫) 중 한 곳인 테이트 모던에서 아시아·중남미·중동 등 비서구권 예술가들을 발굴하는 다스칼로플로스(비서구권) 수석 큐레이터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워커아트센터의 수석 큐레이터로 활약하던 그를 테이트 모던이 지난해 1월 스카우트했다. 1990년 이불의 '가라오케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최정화, 박찬경, 임민욱, 김범 등 한국 작가들을 발굴해 서구권에 알려온 그는 2015년 파이낸셜타임스가 기획한 '영향력 높은 5명의 아시아 미술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클라라 킴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달 서울에 왔다. 스위스 유명 컬렉터인 울리 지그, 중국계 미국인 컬렉터 리처드 창과 함께 아시아 미술 컬렉션 전략을 토론했다. 서구의 관점이 아니라 젊고 다양한 시각으로 현대미술을 조망하는 테이트 모던의 강점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10층 규모 테이트 모던 신관에는 백남준, 이승택, 이불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을 만큼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도 했다. 테이트에서 선보일 클라라 킴의 첫 전시는 스위스 출신 작가 크리스천 마클레이의 비디오 설치 작품을 조명하는 '더 클락'. 2011 베네치아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 작가로, 시계에 관한 수많은 비디오 영상을 집대성한 전시다.

클라라 킴은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갔다. UC버클리와 시카고대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레드캣과 워커아트센터 등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클라라는 "네 자매 중 예술 분야 일을 하는 건 제가 유일하다"며 웃었다. "보통 재미교포 자식들은 부모의 교육열로 의사, 판사, 변호사가 되잖아요. 언니들은 다 그렇게 됐는데 저만 별종이 됐죠."

서울 온 김에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도 들렀다. "KIAF에서 김범 작가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했어요. 서로 연결되지 않는 강 밑 터널을 설계한 상상력과 반전, 유머에 놀랐죠. 국립현대미술관의 '역사를 몸으로 쓰다' 전시도 굉장하던데요?" 그는 "한국 작가여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중요한 작가라 주목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발전소를 개조한 것으로 유명한 테이트 모던에서 당신의 사무실은 어디에 있느냐 묻자 클라라 킴이 울상을 지었다. "말도 마세요. 구관의 아주 좁고 허름한 방에서 큐레이터들이 몸을 부딪히며 일한답니다. 어느 땐 내가 무보수 자원봉사자인가 생각될 정도죠, 하하!"

[김윤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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