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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스님 197명 일대기… 25년 만에 숙제 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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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열전' 개정증보판 낸 김윤세 '인산家' 회장

조선일보

/김한수 기자


"26년 전 번역했지만 절판된 '동사열전(東師列傳)'을 다시 펴내는 것은 저에겐 오랜 숙제였습니다."

연 250억원 매출을 올리는 죽염(竹鹽) 사업가가 스님들의 일대기를 다룬 책을 사반세기 만에 재출간했다. 김윤세(62·사진) 인산가 회장이 주인공.

최근 나온 '동사열전'(조선뉴스프레스)은 김 회장에게 첫사랑 같은 책이다. 그는 경남 함양 지리산 자락에서 자란 어린 시절부터 부친 인산 김일훈(1909~ 1992) 선생에게 한학을 배웠고, 민족문화추진회(현 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 5년 과정을 수료해 탁월한 한문 실력을 갖췄다. 중학생 시절 한때 입산 출가까지 생각할 정도로 불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81년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 기자로 입사해 10년 가까이 일했다. 기자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신문사 선배로부터 "중요한 책이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며 이 책을 권유받았다.

'동사열전'은 1894년 대흥사의 고승 범해(梵海) 선사가 삼국시대부터 당시의 고승까지 한국 스님 197명의 행장(行狀)을 간략하게 적은 책. 고승들이 언제 어떤 이유로 출가해 어떻게 깨쳤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조선시대 인물이 176명이나 수록됐고, 조선 후기 호남 지역의 고승이 많이 포함돼 인물 자료가 빈약한 한국 근대 불교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김 회장은 이 책을 번역해 1984년 11월부터 6년간 불교신문에 연재했고, 1991년 책으로 엮어 출간했다. 불교출판문화상, 문화부 권장도서로도 선정됐지만 시간이 흐르며 절판됐다. 이후 김 회장은 부친의 뒤를 이어 죽염 사업에 몰두하느라 '동사열전'을 챙기지 못했다.

김 회장은 "연재 당시엔 마감 시간에 쫓겨 번역하느라 항상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며 "언젠가 보완해야지 하면서도 25년이 흘렀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재출간하게 됐다"고 했다. 그 사이 새로 발견된 자료를 보태고 문장도 다듬느라 교정 작업만 1년 가까이 걸렸다.

책에 등장하는 스님 197명 중 김 회장이 가장 매력적 인물로 꼽는 이는 청허(서산대사). 그는 서산대사에 대해 "삶으로도, 수행으로도, 문장으로도 최고의 경지에 오른 분"이라며 "그런 분이었기에 절멸의 위기에 놓였던 불교를 되살려 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그림자 없는 나무를 패다가/물거품을 태우나니/어허 우습도다, 소를 탄 사람/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斫來無影樹/燋盡水中漚/可笑騎牛者/騎牛更覓牛)라는 서산대사의 시를 으뜸으로 꼽았다.

요즘도 자동차가 못 들어가는 작은 암자를 찾곤 한다는 그는 "앞으로 불교 가르침의 정수인 '금강경'을 이해하기 쉽게 번역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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