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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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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눈 다래끼 오래 가네, 혹시 눈꺼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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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암 주로 50대 이후 발병

치료 늦어지면 실명할 수도

무심코 넘기지 말고 안과 찾아야

이모(70·여·서울 서초구)씨는 2년 전 오른쪽 눈꺼풀에 다래끼로 보이는 종기가 자주 났다. 다래끼는 속눈썹 뿌리에 세균이 들어가 고름이 찬 것을 말한다. 항생제를 먹고 동네 안과의원에서 고름을 짜내도 금세 다시 생겼다. 이씨는 잘 낫지 않는 게 이상해 대학병원을 찾았다. 조직검사를 한 결과 피지샘암이란 진단을 받았다. 피지샘은 기름 성분을 분비하는 기관으로, 피지샘암은 눈꺼풀에 생기는 악성종양(암)이다. 그는 곧바로 종양을 제거했으나 6개월 후 재발했다. 암세포가 안구까지 번진 것이다. 그는 종양은 물론 안구와 눈꺼풀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지금은 의안을 착용한다고 한다. 양석우(대한성형안과학회 회장)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흔하지는 않지만 눈꺼풀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며 “주로 50대 이후에 발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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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 종양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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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은 안구를 둘러싸고 있는 위·아래 피부·근육층을 말한다. 눈으로 들어가는 빛의 양을 조절하고 눈의 표면에 눈물을 고루 퍼지게 한다.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보호한다. 눈꺼풀에는 1~3㎜ 크기의 종기가 잘 생기는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눈꺼풀 종양으로 지난해 1만5369명이 병원을 찾았다. 이 중 약 5%(768명)가 악성종양눈꺼풀암이다.

피지샘암은 눈꺼풀암의 약 30%를 차지한다. 대부분은 다래끼나 눈꺼풀에 생긴 만성 염증 정도로 생각해 놓치기 쉽다. 피지샘에 생긴 암은 림프절(전신을 그물처럼 연결하는 림프관 중간에 있는 덩어리)과 혈관을 따라 전이가 잘 된다. 다른 부위로 전이되기 전에 발견해야 치료 경과가 좋다.

바닥세포암도 눈꺼풀에 잘 생기는 악성종양이다. 피부 표피 바닥에 있는 세포층에서 암세포가 발생하고 천천히 자란다. 모양이 점과 비슷해 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석우 교수는 “눈꺼풀암의 약 35~45%가 바닥세포암”이라며 “치료가 늦어지면 암세포가 눈까지 침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65·여·경기도 하남시)씨는 지난해 눈이 자주 충혈되고 아팠다. 눈물이 이유 없이 흐르곤 했다. 처음에는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줄 알고 인공눈물을 넣어 빼내려 했다. 하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증상이 더 심해졌다. 안과에 가서 검사해 보니 눈꺼풀이 안으로 말려 들어간 안검내반이었다. 깜빡일 때마다 속눈썹이 눈을 자극해 통증이 심했다. 나이가 들어 아래 눈꺼풀 근육이 약해진 게 원인이었다. 그는 속눈썹 방향을 정상으로 만드는 교정술을 받은 후 극심한 통증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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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안검내반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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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검내반은 노년층에서 흔한 눈꺼풀 질환이다. 눈꺼풀이 안으로 말려 들어가 속눈썹이 눈을 찌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안검내반 환자는 25만3701명이었다. 이 중 50세 이상이 14만6191명(57.6%)에 달했다. 우경인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속눈썹이 안으로 말려 눈을 계속 찌르면 각막에 상처가 생겼다가 회복하는 과정이 반복된다”며 “각막이 혼탁해져 앞이 뿌옇게 보이고 눈을 자주 비벼 염증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눈꺼풀이 밖으로 휘는 안검외반도 노년층의 눈 건강을 위협한다. 지난해 안검외반 환자 2433명 중 75.5%(1836명)가 60세 이상 고령자였다. 노화로 눈꺼풀 근육이 약해져 속눈썹이 밖으로 늘어지면 눈꺼풀 안쪽 면이 밖으로 노출된다. 그러면 눈이 건조해지고 빨갛게 충혈된다. 눈꺼풀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각막이 손상되기 쉽고 감염 위험이 크다. 이때는 눈꺼풀 주위 피부와 근육을 조여 눈꺼풀을 정상적으로 교정하는 수술을 하면 도움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눈꺼풀의 변화를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눈꺼풀에 볼록한 종기가 났다면 우선 크기와 모양을 잘 살핀다. 크기가 갑자기 커지거나 울퉁불퉁하고 피부 조직과 달리 딱딱하면 악성종양일 수 있다. 종기가 있는 부분에 혈관이 눈에 띄거나 중심 부분이 헐어서 피가 나는 것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갑자기 속눈썹이 빠지는 증상 역시 악성종양의 특징이다.

노년기에는 눈꺼풀 피부의 탄력이 줄고 근육이 약해진다. 이때 눈 모양이 일그러져 시야가 좁아지고 눈의 흰자와 눈동자가 많이 노출된다. 미용상 좋지 않은 데다 눈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1년마다, 눈이 자주 충혈되고 통증이 있을 때는 3~6개월마다 안과를 방문해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우경인 교수는 “눈꺼풀에 문제가 생기면 안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눈꺼풀 질환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초기에 안과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을 권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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