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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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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건강한 난자 맡겨 뒀다 언제든 찾아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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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병원 가임력보존센터

난자·배아 냉동 보관, 이식

신선 난자와 임신 확률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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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극복 캠페인 ‘희망이 생명을 만든다’⑤


만 35세부터는 ‘고위험 임신’에 해당한다. 임신 합병증 위험이 커지고 난자의 질이 저하돼 자연 임신이 점점 어려워진다. 예전에는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거나 난임치료에만 의존해야 했다. 이제는 젊었을 때 건강한 가임력을 맡겨 놨다가 필요할 때 찾아 쓸 수 있다. 난자·배아 냉동 보존, 이식 덕분이다. 만 30세가 지난 미혼 여성이나 당분간 자녀 계획이 없는 부부에겐 좋은 난임 예방책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4월부터 마리아병원과 함께 난임 극복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국내 최대 난임 병원인 마리아 병원의 가임력보존센터를 찾아 난자 냉동과 임신 과정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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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36·가명)씨는 유방암 유전자 ‘BRCA’를 갖고 있다. 어머니와 이모가 유방암 판정을 받은 뒤 검사해 알게 됐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암 예방을 목적으로 유방·난소 절제술을 받았다. 이씨도 지난해 여름 마리아병원에서 난자 15개를 채취·냉동한 뒤 예방적 난소 절제술을 받았다. 올 초 결혼한 그는 냉동 난자를 꺼내 임신을 시도해 단번에 성공했다. 이씨는 곧 건강한 아기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

#김소민(40·가명)씨는 5년 전 남편과 함께 가임력보존센터를 찾았다. 당시엔 자녀 계획이 없었지만 나중을 위해 건강할 때 배아를 냉동하자는 생각이었다. 부부는 센터에서 난자·정자를 채취해 수정시킨 뒤 배아 6개를 냉동시켰다. 김씨 부부는 2년 후 아이를 가질 계획이다.

난자를 냉동하면 그중 90%는 현재 상태 그대로 보관된다. 일부 손상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몇 년 후 해동해도 방금 채취한 난자와 기능적으로 차이가 없다. 마리아병원 가임력보존센터 주창우 센터장은 “냉동 난자로 임신할 확률은 신선한 난자와 비슷한 80% 정도”라며 “난자를 해동한 뒤 두세 번 시도하면 대부분 임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 30세부터 난소 나이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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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난임으로 고통 받는 부부는 약 21만 명으로 7쌍 중 한 쌍에 해당한다. 난자 냉동은 좋은 난임 예방법이지만 아직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 미혼 여성에겐 산부인과를 방문해 난자를 얼리는 것이 꺼려지고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난임에 대비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다. 주 센터장은 “아직은 단순히 나이가 많은 경우보다 항암 등 질병 치료를 앞두고 난자를 냉동하는 사례가 더 많다”며 “건강한 여성이나 부부라도 미리 난자와 배아를 냉동해 두면 미래에 겪을 난임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난자 냉동이 필요한 시기는 만 35세부터다. 나이가 어려도 난소 기능 검사(AMH·항뮬러관 호르몬) 결과 난소 나이가 만 37세 이상이면 냉동을 권한다. 이 검사를 통해 대략적인 폐경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 20대의 평균 수치는 4~5 정도지만 40대에는 1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0은 폐경을 의미한다.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난자의 질이 나빠져 임신이 어렵다.

난자 냉동을 결정하면 난자 채취를 위해 10일가량 과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를 맞는다. 처음 주사 후 7~9일이 지났을 때 질 초음파검사를 통해 미성숙 난자가 잘 크고 있는지 관찰한다. 며칠 후 난자가 충분히 성숙하면 수면 마취를 한 상태에서 바늘을 이용해 난자를 흡입·채취한다. 이때 난자의 모양·크기·투명도 등을 살펴 가장 건강한 난자를 냉동한다. 마리아병원 연구부 허용수 실장은 “이 과정에서 병원 고유의 냉동 기술을 적용해 난자의 손상을 막는다”며 “난자 세포 내에는 물 성분이 많아 얼리는 과정에서 얼음결정이 생겨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리아병원에서는 고농도 효소 처리를 한 뒤 액체 질소로 급속 동결해 영하 196도 환경에서 보관한다. 이를 ‘유리화 동결’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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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병원의 난자 냉동고 내부. 김동하 기자


시간이 지나 보관했던 난자가 필요하면 다시 병원을 찾는다. 배란일에 맞춰 남자의 정자를 채취하고 난자를 해동 기계에 넣어 2~6시간에 걸쳐 녹인다.

난자·정자를 수정시킨 뒤에는 수정란(배아)을 3~5일 정도 배양해 키운다. 마리아병원은 배아가 자랄 배양액을 직접 제조한다. 각종 유·무기물을 배합해 엄마 자궁 속과 같은 환경으로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잘 자라지 않는 배아가 있다면 다양한 자극을 주면서 성장시킨다. 가령 난자를 채취할 때 함께 나왔던 자가 난포액이나 세포들을 함께 넣어 친숙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칼슘·스트론튬 이온처럼 배아 세포의 대사를 돕는 화학물질을 넣기도 한다.

급랭해 영하 196도에서 보관


최근에는 배아에 물리적 자극을 주는 배아진동기도 사용한다. 배아에 진동을 주면서 분열을 유도하는 것이다. 마리아병원 이원돈 원장은 “미세한 차이일 수 있지만 이런 물리·생물·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배아를 최상의 조건에서 키우려고 노력한다”며 “이런 ‘배아 맞춤형’ 환경이 임신 확률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리아병원에서는 배양기 속 배아를 24시간 관찰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인 ‘엠브리오스콥’으로 성장 과정을 살핀다. 그리고 배아가 최적의 상태일 때 꺼내 산모의 자궁에 이식해 임신율을 높인다. 배아가 자궁 내막에 무사히 착상하면 7~12일 후 피검사를 통해 임신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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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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