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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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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만성편두통, 안 아플때 약 미리 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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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 환자 한 해 55만 명

호르몬 변동 심한 여성 많아

두통에 어지럼증·멀미 동반

수면습관·스트레스 관리해야

교사 이모(43·여·서울 노원구)씨는 5년 전부터 두통을 앓았다. 증상은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 시작됐다. 체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머리가 욱신거린다. 반대로 두통이 심할 때는 속이 메슥거려 토한다. 1년 전부터는 한 달에 보름 이상 두통을 느꼈다. 두통이 시작되면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 먹고 1시간가량 가만히 누워 있어야 낫는다. 지금은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가 별로 없다. 대학병원을 찾은 이씨는 의사와 상담한 결과 만성 편두통 진단을 받았다. 김병건(을지병원 신경과 교수) 대한두통학회 회장은 “편두통은 욱신거리는 두통이 반복되고 구역·구토·어지럼증을 동반한다”며 “편두통이 만성화하면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다. 오히려 진통제 성분이 두통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두통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많다. 편두통은 주로 한쪽 머리의 두통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편두통의 양상은 꽤 다양하다. 한쪽 혹은 양쪽 머리에 심장이 뛰듯 욱신거리는 박동성 통증이 나타난다. 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이나 멀미 증세가 나타나 구역질·구토를 유발한다. 빛·소리·냄새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많아 삶의 질이 떨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54만643명이 편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여성(38만6970명)이 남성(15만3673명)의 2.5배다. 여성이 많은 건 편두통이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김병건 회장은 “여성호르몬 분비의 변화가 편두통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며 “폐경 직전에 편두통이 악화했다가 폐경 후 호전된다. 월경 때도 양상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편두통 테스트


편두통은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편두통 환자는 뇌가 통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또 안면 감각을 담당하는 3차신경 말단에서 특정 신경전달물질(CGRP)이 많이 분비된다. 이 물질은 뇌혈관을 확장하고 흥분시켜 통증을 유발한다. 편두통 환자의 25%는 두통이 오기 전 조짐이 있다. 눈에서 번쩍거리는 불빛이 보이거나 한쪽 손이 저린 증상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이런 신경학적 조짐이 한 시간 가량 지속하다 두통이 온다”고 했다.

편두통은 대부분 약으로 치료한다. 급성 치료와 예방 치료로 구분한다. 편두통이 일주일에 2~3번 미만 발생하는 사람은 급성 치료가 도움된다. 편두통이 왔을 때 진통제를 먹어서 최대한 빨리 두통과 동반 증상을 완화한다. 한 달에 15일 이상 두통이 있고 동반 증상이 심하면 만성 편두통이다. 만성 환자는 예방 치료가 효과적이다. 두통이 없는 평상시에 예방약을 먹어 통증을 미리 조절하는 것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편두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혈압약(베타 차단제·칼슘 채널 차단제)·항우울제·항경련제 등을 먹는다.

국제학술지 ‘이과학과 신경학’에 발표된 분당서울대병원 공동연구팀의 논문(2017)에 따르면 편두통 예방약 복용 후 두통·어지럼증·멀미가 크게 개선됐다. 연구팀이 편두통 환자 138명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예방약을 먹게 했더니 두통 강도는 약 복용 전 6.9점(총점 10점, 숫자 클수록 두통 심함)에서 3개월 후 3.3점으로 낮아졌다. 어지럼증으로 인한 불편 정도는 39.4점(총점 100점, 숫자 클수록 많이 불편함)에서 15.8점, 멀미 정도는 6.9점(총점 20점, 숫자 클수록 멀미 심함)에서 2.9점으로 줄었다. 김지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예방약을 먹으면 편두통의 빈도를 줄이고 강도를 낮출 수 있다”며 “어지럼증·멀미 등 동반 증상의 완화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은 보톡스로도 만성 편두통을 치료한다. 보톡스를 3차신경이 분포된 얼굴·관자놀이·어깨 등에 주사하면 두통을 유발하는 신경차단물질의 분비가 차단돼 통증이 감소한다. 효과는 3개월 정도다.

편두통은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피곤할 때 심해진다.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영양 섭취로 건강을 유지하는 게 편두통 관리의 기본이다. 잠이 부족하거나 과할 때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하루 3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커피 섭취량이 줄면 카페인 금단성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평소에 1~2잔 마시는 게 적당하다. 얼굴·어깨·목 뒷부분을 자극하는 마사지와 냉찜질도 편두통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 김지수 교수는 “편두통이 있을 때마다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먹으면 만성으로 악화하기 쉽다”며 “두통과 증상이 잦을 경우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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