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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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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예방접종, 손 씻기, 모유 먹이기…아이 면역력 기초 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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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아이 면역력 증강에 관심이 높다. 아이가 잔병치레를 하면 면역력이 떨어진 탓이 아닐까 걱정해 영양제를 챙겨 먹인다. 지난해 논란이 된 인터넷 커뮤니티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이하 안아키)는 아이 면역력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사회에 파장을 불렀다. 전문가들은 아이 면역력을 높이는 재료로 손씻기, 편식 않기 등의 습관을 길러주는 것과 때맞춰 백신을 접종시키는 것을 꼽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면역주간(4월 24~30일)을 맞아 아이 면역력 기초를 다지는 올바른 방법을 알아본다.

아이 면역력과 관련한 편견 중 하나는 ‘우리 아이가 면역력이 약하다’란 말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권지원 교수는 “성장기엔 면역체계가 형성되지 않아 약한 것이 정상”이라며 “잔병치레는 면역력이 자리를 잡아가는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엄마에게 받은 항체가 사라지는 생후 8개월부터는 면역력을 스스로 획득해가는 시기다. 따라서 잔병에 잘 걸린다. 또 어린이집을 일찍 다녀 단체생활이 빠를수록 잔병치레를 더 한다. 하정훈 소아과 원장(『삐뽀삐뽀119소아과』 저자)은 “우리나라는 유치원에 일찍 보내는 경향이 있어 이른 나이에 여러 감염 질환에 잘 걸린다”며 “면역체계가 만들어지기 전에 많은 균에 한꺼번에 노출돼 감염 질환에 안 걸리고 지나갈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면역력이 정상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이 같은 ‘면역 결핍’은 질병이다. 권지원 교수는 “면역 결핍 질환은 유전인 경우가 많고 태어날 때 진단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치료 약을 쓴다”고 말했다. 잔병치레를 조금 더하거나 덜하는 것은 유전·환경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일 뿐 모두 정상 범위에 속하는 면역력이란 얘기다.

백신 면역과 자생 면역은 달라

‘안아키’는 백신을 쓰지 않고 자연치유법을 활용하면 아이의 면역력이 더 세진다는 잘못된 믿음을 부모들에게 전파했다. 하정훈 원장은 “예방접종을 해 특정 균에 대항하는 면역을 얻는 것과 평소 바른 생활습관으로 만들어진 면역력은 다르다”고 말했다.

예방접종은 특정 세균·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위험한 질환에 걸리지 않게 하는 면역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평소 면역력이 좋아 건강하다는 건 바이러스에 견뎌내는 능력이 높다는 의미지만 치명적인 병원균에 노출되면 저항력과 상관없이 중증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예컨대 디프테리아는 목숨을 위협하는 질병이다. 예방접종을 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면역을 가질 수 있다. 수두는 예방접종을 해도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접종을 한 뒤엔 증상이 약하다. 접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두가 발병하면 폐렴·뇌염 같은 중증 합병증이 올 수 있다. 이렇게 백신으로 얻는 면역은 평소에 잘 먹고 잘 잤을 때 얻는 저항력으로서의 면역과는 다르다.

비타민D 과용하면 성장 방해

면역력 증강을 위해 영양제를 아이에게 먹이는 부모가 적지 않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5)에 따르면 1~2세의 54.7%, 3~5세의 51.4%가 영양제를 먹는다. 다른 연령층(12~29세 27.5%, 65세 이상 45%)에 비해 섭취율이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식이보충제가 아이 면역력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권지원 교수는 “엄마들이 유산균·비타민D·아연·프로폴리스 같은 영양제를 먹여야 하냐고 물어보는데 영양제 몇 개 먹는다고 면역력이 증강하진 않는다”며 “아토피 피부염이 심하거나 비타민D가 부족하면 보충제를 처방하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건 아니고 면역력과도 별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고 질병에 덜 걸린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연구는 없다. 특정 영양제를 먹는다고 병에 안 걸릴 만큼 면역력 생성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성훈 교수는 “비타민D와 철분이 부족한 아이가 꽤 있지만 고기를 포함해 골고루 먹으면 별문제 없다”며 “외려 보충제로 비타민D·철분을 과하게 먹으면 뼈 성장이 더디고 변비가 생긴다”고 말했다.

면역력을 높이는 건 생활습관 변화로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권 교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올바른 생활습관을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면역력 초석을 닦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이 공통으로 꼽는 아이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은 ▶생후 1년 이상 모유 수유를 충분히 하고 ▶연령에 맞는 수면 시간을 지키며 ▶고기를 포함해 골고루 먹이고 ▶가족이 함께 운동하면서 ▶외출 뒤엔 손 씻는 습관을 들이고 ▶예방접종을 철저히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유는 영양·면역을 다 잡을 수 있는 완전식품이다. 모유 수유를 한 아이의 경우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줘 잔병치레가 줄고 알레르기 발생과 비만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하 원장은 “성장기에 이유식을 제대로 하고 편식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콜라·과자 같은 간식이나 인스턴트식품을 먹이고 과일 주스 같은 설탕 덩어리를 아이에게 주는 엄마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손 씻기는 오염균에 노출되는 확률을 줄이고 적당한 운동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백신 효과를 좋게 한다는 의미에서 면역력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라며 “면역력이라는 개념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Tip 면역력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지저분한 환경에서 커야 면역력이 좋다

감염 질환에 노출되면 반대로 알레르기 질환이 덜 생긴다는 위생 가설에서 말하는 얘기다. 알레르기 질환은 면역 저하가 아닌 과다 면역반응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감염성 질환에 노출됐을 때 면역력이 둔감해져 알레르기 질환에 덜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비위생적으로 키우라는 의미는 아니다. 밖에서 뛰어놀게 하고 돌아와서는 손을 깨끗이 씻게 하면 면역 균형이 잘 유지된다. 너무 더러운 곳에는 가지 않는 게 좋다. 면역을 만드는 공장이 활성화하려면 병에 걸리지 않을 만큼 균에 노출되면서 저항력을 길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나치게 청결한 환경에 집착할 필요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해열제·항생제는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해열제는 열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면역력과 관련이 없다. 아이가 고열 때문에 힘들어하면 경련·탈수가 올 수 있으니 일종의 응급처치를 해주는 개념이다. 항생제로 세균을 없앤다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항생제 과용은 항생제 내성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폐렴이나 심한 중이염 등 항생제를 써야 할 때도 있다. 외려 항생제 공포심이 있어서 처방을 받고도 안 쓰거나 며칠 먹다가 중단해 병을 키우는 사례도 있다.

단체생활 늦게 시작하면 백신 접종을 늦춰도 된다

접종 일정은 임상시험에서 증명된 가장 효과적인 일정을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정해놓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접종 스케줄에 차이가 없는 이유다. 너무 어려서 접종을 안 하거나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이유로 접종을 늦추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제때 맞지 않아서 발생하는 위험성을 고려하면 적정 시기에 맞춰야 한다. 예컨대 폐렴구균 백신을 늦게 맞아 균에 노출되고 나면 소용이 없다. 폐렴구균은 중이염·폐렴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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