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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도 급이 있다. 요즘 핫한 게 캐주얼. 가볍게 즐기고 돌아오는 짧고 굵은 크루즈다. 대표적인 게 스타크루즈 슈퍼스타 버고호. 필리핀 마닐라, 일본 이시가키섬, 대만 신베이 지역을 두루 거치는데, 이거 담백하다. 여운은 길다.
◆ 크루즈 여행의 시작
뿌우뿌우. 슈퍼스타 버고호가 웅장한 소리를 내며 마닐라 항구를 떠났다. 크루즈에 오르는 것은 여느 나라 입국하는 절차와 거의 동일하지만 한결 간편하다. 체크인과 출국심사, 선실에 짐을 풀어놓기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프로세스가 빠르니 여행이 가벼운 기분. 보통은 배의 꼬리 방향, 선미가 흔들림이 덜하다고 하지만 대형 선박이라 큰 차이는 느끼지 못한다. 나는 선미 쪽 발코니가 딸린 오션뷰 객실을 배정받았다. 5평 정도인데 두 명이 쓰도록 설계된 방이라 혼자 쓰기에는 충분하다. 소파침대를 펼쳐서 쓰면 세 명까지 숙박이 가능하다고 한다.
"크루즈는 심심하지 않아?"는 크루즈 여행 전후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단언컨대 크루즈 안에서는 할 게 많다 못해 넘쳐난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크루즈선에서 내리는 순간 충분히 즐기지 못함을 후회하게 된다. 일행 모두가 그랬다. 심심할지에 대한 걱정은커녕 크루즈선에 몸을 싣는 순간부터 배 안에서 뭘 어떻게 즐겨야 할지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는 사실! 고민의 원인은 '선상신문' 때문인데 배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벤트가 4쪽짜리 신문에 담겨 있다. 매일 아침 선실 문 밖에 달려 있는 선상신문을 펼쳐들고 모닝 커피 한잔과 함께 하루 일을 계획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사지 1+1 프로모션, 선내 면세점 40% 세일, 칵테일 파티 등. 형광펜으로 줄이라도 치면서 읽어야 할 정도로 정보가 빼곡하다.
◆ 지루할 틈 없는 다이내믹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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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는 로맨틱한 구석이 있다. 밤엔 칵테일 파티가 있으니 드레스코드를 맞춰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보타이와 드레스로 한껏 꾸민 사람들이 7층 리셉션장으로 모여들었다. 베사메무초가 흘러나오니 중년의 여인이 허리를 흔들며 무대로 향했다. 나이 불문, 성별 불문, 인종 불문. 즐길 준비가 돼 있는 자 모두 무대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맥주와 칵테일도 무한 제공되니 흥도 한없이 높아지는 밤.
아침에도 흥미로운 다이내믹 코스가 그대를 기다린다. 이 중독에 빠져 크루즈를 매번 타러 온다는 열혈광도 있을 정도. 바로 바다 위 조깅이다. 거대한 크루즈선의 테두리는 조깅 트랙이다. 한 바퀴 돌면 700m가 되는데 크루즈에서 과식을 한 승객들이(사실 과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산책 장소로 이용한다. 찰스강을 매일 뛰었다던 무라카미 하루키도 크루즈 조깅을 안 해봤겠지 싶어 뿌듯한 마음으로 뛰었다. 작열하는 태양과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뛰는 동안 페이스메이커가 돼준다.
◆ 기항지 여행은 보너스
스페인에 온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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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여행엔 보너스가 있다. 바로 기항지 여행. 출항지이자 마지막 기항지는 마닐라다. 전통과 현대, 두 가지 모습을 가진 곳. 역사의 향기가 짙게 느껴지는 인트라무로스(Intramuros)는 말 그대로 '벽(muros) 안에서(intra)'라는 뜻으로 높은 성벽과 해자로 둘러싸인 곳이다. 16세기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시절 생겨난 곳이어서 중세 유럽에 온 듯한 기분도 든다. 스페인풍의 건물 사이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오가고 마차와 도요타가 도로를 공유한다.
첫 번째 기항지는 일본 이시가키섬. 이시가키섬은 오키나와 부속섬인데 일본인들도 가기 힘든 곳이다. 슈퍼스타 버고호가 이시가키섬에 기항한다는 것은 슈퍼스타 버고호가 크게 자랑할 만한 점이다. 이시가키에 도착하자마자 이국의 정취가 훅 들어온다. 이곳 핫스폿이 가비라베이. '일본의 몰디브'라는 별명답게 발로 찍어도 인생 사진이 나오는 핫한 곳이다.
두 번째 기항지, 대만 신베이. 대만 지룽(基隆)항에 도착해 근교 도시인 신베이로 향한다. 중국 리장 고성과 비슷한 느낌의 지우펀은 마을이 모두 가파르고 좁은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구불구불한 비탈길에 홍등이 어우러져 이국적이다. 수이난동으로 향하는 도로변에서 만난 명물은 황금폭포. 광물이 많은 지질 특성상 바위가 황금빛으로 물들어 황금폭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물줄기가 거대한 황금 암벽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어 우윳빛으로 흘러내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 그리고 체크아웃
몰디브에 온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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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항지 투어는 하나같이 알찼고, 크루즈는 항상 즐길 것, 먹을 것이 넘쳐나 바빴다. 물론 모든 것은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느긋하게 지내도 된다. 그러나 이벤트와 투어는 항상 유혹의 손길을 뻗치니 자꾸 몸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은 선상신문에 실린 수많은 행사 중에 반의 반의 반도 즐기지 못하고 크루즈에서 내릴 때가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럭셔리한 야외수영장에서 선탠을 즐기며 책을 읽었고,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득템'했고, 밤마다 쇼와 펍을 한껏 누렸다는 점이다. 스파, 메디컬센터, 헬스트레이닝센터, 노래방도 갔어야 하는데…. 아쉬움만 가득 남기고 크루즈에서 내리는 순간, 지인들에게 이 한마디를 전하고 싶었다. "크루즈가 심심하다니요. 할 게 넘쳐납니다."
▶▶ 크루즈 여행 100배 즐기는 Tip
中리장에 온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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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상카드는 내 몸처럼 소중하다=크루즈 안에서는 번거롭게 지갑이나 현금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다. 선상카드 한 장이면 충분하다. 체크인할 때 발급해주는 카드인데 룸키이자 크루즈 내 결제 수단, 신분증이어서 승하선하거나 이동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한다. 크루즈에서 쓰는 비용은 모두 선상카드에 적립되며 체크아웃 시 한꺼번에 지불하면 된다.
2. 크루즈에 포함되는 것은=숙박, 뷔페, 팁이 모두 포함돼 있다. 기항지 투어, 카지노, 별도 레스토랑과 성인쇼는 유료다.
3. 인터넷은=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지만 속도는 느리다. 동영상과 고용량의 사진을 보기에는 어려운 수준.
4. 스타 크루즈 슈퍼스타 버고호는=슈퍼스타 버고호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출항해 일본 이시가키섬과 대만 지룽을 거쳐 5박6일의 스케줄로 운항한다. 객실 수는 935개, 7만5000t급 크루즈로 길이가 268m, 넓이가 32m에 이른다. 1870명의 승객과 약 900명의 승무원이 승선할 수 있다. 스위트룸(약 19평), 발코니룸(약 5평), 오션뷰룸(약 5평), 창문이 없는 인사이드룸(약 4평) 네 가지 객실로 구성돼 있다. 스타크루즈 한국사무소
[김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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