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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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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케모포비아 만연한 사회, 부정확한 정보가 불안감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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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이해와 대처법


가습기 살균제, 기저귀, 생리대, 물티슈, 침대…. 생활용품에서 발암물질·환경호르몬·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연일 터져 나온다. 건강을 걱정하는 소비자는‘케모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에 시달린다. 뚜렷한 해법이 없어 불안감만 증폭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한국독성학회는 지난 17~18일 서울대에서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화학물질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화학물질의 검출 여부보다 정확한 인체 위험성 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일보

이병무 성균관대 교수는 ’케모포비아의 확산을 막으려면 화학물질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안전성 연구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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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생리대·기저귀, 메탄올 물티슈, 라돈 침대 등 화학물질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는 불안감을 호소한다. 건강과 안전을 염려해 생활 화학용품 노출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화학물질에 대한 혐오와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케모포비아를 토로하는 이도 부쩍 늘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성인 15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생활화학물질 위해성 국민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40.7%가 ‘화학물질로 인한 위험이 너무 두려워 떠올리기조차 싫다’고 답했다. ‘화학물질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한다’는 응답자는 54.3%, ‘두려움 탓에 식은땀이 나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등 신체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24.8%였다. 극도의 두려움과 기피 행동, 신체 증상을 모두 경험한 이들도 15.4%에 달했다.

케모포비아가 확산하는 데는 화학물질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나 편견이 큰 몫을 한다. 전문가들은 비전문적이고 과장된 정보를 공유·확산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이병훈(서울대 약대 교수) 한국독성학회 회장은 “올바른 과학적 사실과 잘못된 인식 간의 괴리를 줄이고, 과학에 근거한 정확한 위해 정보를 가감 없이 대중과 소통하는 전문가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적 사실과 잘못된 인식 간 괴리

케모포비아가 확산하면서 노케미족이 늘고 있다. 이들은 천연 제품(천연 물질)을 선호한다. 화학제품을 사지 않는 대신 세제·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쓰고 유기농 식품을 먹는다. 그러면 천연 물질은 정말 안전할까. 대표적인 오해다. 이병무 성균관대 약대 약학과(독성학) 교수는 “많은 사람이 화학물질이 없는 케미컬 프리 제품을 선호하지만 이런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화학물질은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말했다.

모든 화학물질은 고유의 유해성이 있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산소·물·소금도 유해성을 가진 화학물질이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이런 화학물질을 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생활 화학제품에도 의도치 않게 유해 물질인 불순물이 남는다. 불순물은 원료 자체는 물론 제조·포장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완제품에는 불순물을 최대한 제거해야 하지만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감독기관에서 허용 기준치를 만들어 관리하는 이유다. 다시 말해 ‘유해성’은 물질의 고유 독성을 의미하며 ‘위해성’은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때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이병무 교수는 “유해 물질의 검출 자체가 인체 안전성의 기준이 될 순 없다”며 “유해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자료를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산업계·언론 주도적 역할 필요

화학물질을 둘러싼 잘못된 정보는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고 사회적 불화와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 사회 구성원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병무 교수는 “언론과 시민단체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 제기에 나서야 한다”며 “이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대안을 함께 제시하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와 정부도 주체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이 교수는 “화학물질의 안전성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계·정부는 위해성 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학계 역시 꾸준히 검증된 연구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케모포비아의 확산을 막으려면 정확한 위해성 평가·관리가 전제돼야 한다. 생활화학물질 위해성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규제·감독 강화’(51.6%)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위생용품에 대한 위해 평가·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과학적인 근거를 기초로 인체 위해성을 예측하는 데 집중한다.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황명실 박사는 “신뢰성·관련성·일관성 등 세 가지 요소를 갖춘 정보가 뒷받침된다면 좀 더 정확하게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다”며 “이를 토대로 적절한 안전관리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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