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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friday] 주말에 홍대 간다고? 잘 시간이 없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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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부티크 호텔]

조선일보

1 옛 서교 호텔 자리에 들어선 홍대 라이즈 오토그래프컬렉션 호텔의 3층 로비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 기하학적인 나선형 디자인이 돋보이는 설계로 철제 조형물은 공사장 철골에서 영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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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뭘 좀 아는 사람들이라면,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갔었더랬다. 그걸 요즘 말로 바꾸면 이렇다. "바람 부는 날에는 홍대 호텔로 가자." 홍대 하면 떠오르는 클럽도 아니고 호텔이라니.

하지만 라이즈(RYSE)호텔, L7 등이 얼마 전 홍대 근처에 문을 열면서 사람들의 대화가 바뀌었다. 홍대 특유의 예술적 감성의 최전선에 바로 이 호텔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홍대 호텔 밸리'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예술과 음악, 놀거리가 한 번에 해결돼 호텔에서 즐기고 논다는 '플레이케이션(play+vacation)'이라는 말도 생겼다.

옛날 서교 호텔 자리에 최근 들어선아주그룹의 '라이즈 오토그래프컬렉션'은 문을 연 지 이제 한 달 남짓인데 벌써 두꺼운 마니아 팬층이 생겼다. 지금 국내에 '뜬다' 싶은 매장이 한데 있어 '한국의 에이스 호텔'이라고도 불린다. 미국 힙스터의 아지트로 꼽히는 그 에이스 호텔 말이다.

라이즈 호텔의 제이슨 슐라바흐 브랜드 디렉터는 "홍대의 예술적이고 자유분방한 감각을 흡수해 호텔에 녹이는 데 주력했다"며 "'크리에이터들의 놀이터'라는 콘셉트를 뽑아내 세계적인 작가들과 협업해 층마다 개성을 살렸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엔 베를린의 소호 하우스 설계를 맡았던 세계적인 디자인 건축 기업 '미켈리스 보이드'가 참여했다. 공장 느낌 나는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에 팝 컬처를 더해 튀면서도 안정된 균형 감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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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롱침 레스토랑 화장실. 무한한 공간감을 느끼게 해달라는 레스토랑 오너의 주문으로 탄생했다. 3 라이즈 호텔 롱침 레스토랑. 알렉스 페이스의 작품이 걸려 있는 방은 파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완전 개방할 수 있게 설계됐다. 4 라이즈 호텔 1층에 있는 타르틴 베이커리. 학생들도 부담없이 호텔에 들르게 하기 위해 대중적이면서 한창 인기 있는 브랜드를 골랐다./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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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하면 부담스럽게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1층 건물 양쪽을 모두 개방해 마치 통로처럼 드나들 수 있게 했다. 1층엔 로비 대신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빵집 '타르틴 베이커리'가 들어섰다. 1층 벽면에는 미국의 유명 그래픽 작가 코디 허드슨의 벽면 작업이 보인다. 모회사인 아주그룹의 레미콘·콘크리트 등에서 영감을 얻어 작가 특유의 디자인 감각을 더했다.

1층부터 로비가 있는 3층까지 들어선 스트리트 패션 감성의 편집숍 '웍스아웃'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안드레아 카푸토가 설계했다. 철망과 노출 콘크리트 등 거친 느낌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신진 아티스트 마시밀리아노 아다미가 엔틱 가구에 예술을 입혔다. 뉴욕 편집매장 '오프닝 세리머니'가 뉴욕 에이스호텔 건물에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것이 연상되기도 했다. 3층 로비 옆 '프린트 컬처 라운지'라 이름 붙은 라운지에선 라이즈 큐레이터가 선정한 아트 관련 책들이 진열됐다.

미쉐린 스타 셰프 데이비드 톰슨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롱침'은 벌써 '핫플레이스'로 떴다. 담뱃갑을 모자이크 형식으로 태국 호랑이를 표현한 아트월이 눈길을 끈다. 내부는 레스토랑 매드 포 갈릭, 서울 광화문 디타워의 파워플랜트·소년서커스 등을 맡은 국내 인테리어 전문업체 미드플래닝의 작품이다.

총 272개 객실엔 설치미술가 박여주, 사진작가 로랑 세그리셔 등의 작품이 설치됐다. 패션 브랜드 '이세'가 디자인한 목욕 가운엔 후드가 달려 마치 힙합 아티스트들의 의상 같다. 그 외에도 아라리오 갤러리, 청담동 바 '르 챔버'의 유명 바텐더와 협업한 루프톱 바·라운지 '사이드 노트 클럽' 등 가는 길목마다 볼거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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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L7의 루프톱. 루프톱 호텔의 상징인 수영장이 풍경을 완성한다./L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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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7 호텔의 객실. 발랄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지역 분위기에 맞게 합리적인 가격에 주력했다고 한다./L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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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올 초 선보인 L7 홍대는 경쾌하다. '로컬'에 집중한 것이 강점. 지역 작가의 작품을 배치하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입구에는 민복기 작가의 '토끼'가 오는 이를 반기고 그라피티 아티스트 범민은 자신의 상징적인 스타일을 살려 노란 'BELIEVE' 글자를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21층 '블루 루프 라운지'에는 홍대 출신의 이광호 작가의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블루 루프 라운지는 예전 홍대의 랜드마크였던 '청기와 주유소'에서 영감을 얻었다. 문화 브랜드 1984와 협업해 미술·음악·디자인·여행 등 여러 분야의 서적을 갖춰놓았다. 지난 17일엔 하이어뮤직 소속 힙합 프로듀서인 '우기'의 신규 음반 발표를 기념해 유명 힙합 가수들이 함께하는 음악감상회를 열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주말 객실 점유율 70~8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데 신규 호텔로서는 높은 수준"이라며 "2030 젊은 고객 층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했다. 6월엔 루프 톱 수영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젠 얼굴 붉히지 않고 시원스레 외칠 수 있을 것 같다. "나 호텔 다니는 사람이야!"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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