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고혈압 증가세
소아·청소년 고혈압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소아·청소년은 2013년 4500명에서 2017년 6497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의 3~13%가 고혈압인 것으로 추정한다. 을지대 을지병원 심장내과 박지영 교수는 “운동 부족과 식습관의 변화, 학업 스트레스로 소아·청소년기 고혈압이 늘었다”며 “성인이 돼서도 동맥경화 발병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소아·청소년 고혈압을 방치하면 동맥경화 발병의 위험 요인이 된다. 3세 이상은 병원에 갈 때마다 혈압을 재는 게 좋다. 프리랜서 김동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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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 고혈압은 성인 때까지 영향
대사증후군이 조기에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고혈압 환자의 상당수는 당뇨병·고지혈증 같은 대사성 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곽지희 교수는 “소아·청소년기에 나타난 고혈압을 방치하면 동반 질환이 빨리 와 심혈관·뇌혈관 질환 발병 나이도 30~40대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고혈압을 조기에 진단해 관리해야 한다. 소아·청소년 고혈압은 성인에 비해 진단이 까다로운 편이다. 지난해 미국 소아과학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13세는 나이·성별·키를 고려한 백분위 수를 고혈압 진단에 적용한다. 백분위 수는 측정값을 순서대로 나열한 것으로 가장 작은 값이 1백분위 수다. 정상 혈압은 90백분위 수 미만, 고혈압 전단계를 의미하는 상승 혈압은 90~95백분위 수 미만 또는 120/80㎜Hg 이상 95백분위 수 미만, 고혈압은 95백분위 수 이상이다.
반면 13세 이상은 구체적인 혈압 수치 기준이 있다. 정상 혈압은 120/80㎜Hg 미만, 상승 혈압은 120~129/80㎜Hg 미만, 고혈압은 130/80㎜Hg 이상이다. 기존에는 혈압을 백분위 수로만 따졌는데 개정된 가이드라인에서는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13세 전후로 나눠 기준을 제시한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 의료진도 이 가이드라인을 주로 참고한다.
문제는 질환에 대한 인식도가 낮아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학생 검진에서 고혈압 위험 소견이 나와도 무심코 넘기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곽지희 교수는 “3세 이상은 병원에 갈 때마다 혈압을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혈압에 동반되기 쉬운 대사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초·중·고교 입학 전에 혈압과 함께 지질 검사를 하는 걸 권한다.
생활습관 개선 실패하면 약물치료
운동은 혈압이 정상인 사람보다 고혈압 환자에게서 혈압 강하 효과가 더 크다. 청소년은 걷기·조깅 같은 유산소 운동을 매일 30분 이상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이마저도 힘들다면 학원까지 걸어 다니기, 버스 한 정거장 전에 내려 걷기 등 일상에서 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생활습관 개선 노력을 3~6개월 해도 혈압 조절이 안 되면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안지오텐신Ⅱ수용체 차단제(ARB), 칼슘 채널 차단제(CCB), 이뇨제 등의 고혈압약을 쓴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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