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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젊음만 믿고 방심했다간 평생 고개 숙인 남자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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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외상, 감춰진 성인병

호르몬 교란 등이 주요 이유

병원 방문 망설이지 말아야

발기부전 환자 20%는 20~30대
젊은 나이에 ‘고개 숙인’ 남성이 적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발기부전 환자 10명 중 2명이 40대 미만의 ‘젊은 발기부전’ 환자다(2016년 기준 17.3%). 단순히 스트레스·우울·피로로 인한 일시적인 문제라고 여겨선 안 된다. 본인도 몰랐던 외상과 감춰진 성인병으로 인해 망가진 몸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심이 키우는 병, 젊은 발기부전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봤다.

발기부전은 정상적인 성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발기 유도·유지가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성적 자극이 있는 데 발기력, 지속 시간, 강직도가 떨어지는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하면 발기부전으로 진단한다. 노화와 관련이 커 보통 40대 이후 발병률이 증가하지만, 최근 들어 비교적 어린 20~30대에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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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문제로 인한 발병 증가
젊은 층의 발기부전은 주로 스트레스나 성생활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한 ‘심인성 발기부전’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20~30대에 신체적인 문제로 인한 ‘기질성 발기부전’이 증가하면서 전체 환자 수가 늘고 있다. 고대안산병원 비뇨의학과 박재영 교수는 “임상적으로 중년 이후보다 젊은 층에서 발기부전의 원인을 파악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단순히 심리적 문제로만 여기면 발기부전이 악화할 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까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발기부전이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백막 손상이다. 발기는 음경 내 ‘해면체’라는 조직에 혈액이 몰려 단단해진 상태를 말한다. 축구공에 바람을 넣으면 단단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때 축구공의 ‘가죽’과 같은 역할을 맡는 조직이 해면체를 감싼 ‘백막’이다. 축구공에 구멍이 생기면 아무리 바람을 넣어도 소용이 없듯, 백막이 손상되면 발기 시 내부 압력이 충분히 올라가지 않고 이 때문에 혈관이 풀려 몰린 혈액이 쉽게 빠져나가 버린다.

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양대열 교수는 “과격한 성행위로 인해 백막이 손상된 젊은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방치하면 손상 부위가 딱딱해져 발기 시 음경이 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때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혈류 공급을 늘려 자연 치유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고혈압·당뇨병 등 성인병도 원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69.7%, 고혈압 환자의 54.3%가 발기부전을 경험한다. 만성질환으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혈액이 충분히 가지 못하고 주변 신경이 손상돼 발기부전이 발생한다. 박 교수는 “만성질환 발병 연령이 점차 어려지는 것이 ‘젊은 발기부전’의 주요 원인”이라며 “발기부전을 성인병의 전조 증상으로 알고 적절히 관리하면 신경병증·동맥경화 등 합병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호르몬 교란이다. 특히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단백질 보충제나 탈모 치료제로 인해 호르몬 균형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일부 단백질 보충제에 든 스테로이드 성분(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은 남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발기부전을 비롯해 심한 경우 무정자증을 유발한다. 남성형 탈모 치료제의 성분인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역시 남성호르몬 대사를 억제해 성욕 감퇴·발기부전 등 성 기능 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 양대열 교수는 “고환 크기가 줄거나 몸에 털이 없어진다면 자신이 먹는 약과 음식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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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 위험↑
발기부전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망가뜨린다. 반복된 성생활 실패는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적절한 치료가 없다면 숨은 질환이 악화할 뿐만 아니라 영구적인 발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젊을수록 자신이 발기부전이란 사실을 인지하기도,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2006년 대한남성과학회지에 실린 서울대 등의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중 스스로 발기부전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각각 3.7%, 6%였다. 하지만 이들을 국제발기기능 측정 기준(IIEF)으로 분류한 결과 20대 49.4%, 30대 34.7%가 발기부전이었다.

발기부전의 증상은 단순히 발기가 안 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뒤로 갈수록 강직도가 떨어지거나 지속 시간이 짧은 경우도 발기부전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 ‘IIEF-5 설문’을 통해 스스로의 활력 수준을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실제 병원에서 성 기능을 진단할 때 쓰이는 설문으로 정확도가 높다.

발기부전은 문진과 고환 육안 검사, 혈액·호르몬 검사 등으로 비교적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 등 약물치료도 젊을수록 효과가 크고 부작용은 적다. 양 교수는 “발기부전 치료에 가장 큰 장벽은 병원을 꺼리는 환자의 인식”이라며 “발기부전은 일찍 치료할수록 효과와 만족도가 높은 만큼 적극적으로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발기부전을 예방·치료하려면 흡연·음주는 멀리하고, 하체의 혈액순환을 돕는 달리기·스쿼트 등의 운동을 해주는 게 좋다. 운동은 주기적으로,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하는 것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글=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일러스트=강일구

Tip
발기부전 자가 진단법 (IIEF-5 설문, 최근 한 달 기준)
● 발기에 대한 자신감은 어느 정도인가

①매우 낮다 ②낮다 ③보통 ④높다 ⑤매우 높다

● 성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발기는

①1회 미만 ②절반 이하 ③절반 ④절반 이상 ⑤거의 항상

● 끝까지 발기가 유지된 적은

①1회 미만 ②절반 이하 ③절반 ④절반 이상 ⑤거의 항상

● 끝까지 발기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나

①지극히 어려웠다 ②매우 어려웠다 ③어려웠다 ④약간 어려웠다 ⑤어렵지 않았다

● 성생활에서 몇 번이나 만족감을 느꼈나

①1회 미만 ②절반 이하 ③절반 ④절반 이상 ⑤거의 항상

※선택 문항 총점 7점 이하: 심한 발기부전, 8~11점: 중증 발기부전, 12~21점: 경증 발기부전, 21점 이상: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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