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서머 핫플레이스’ 영도·기장 / 수영장·목욕탕·공구상가·회사가 ‘쉼’이 있는 카페로 변신 / 들어서는 순간 찬바람에 찌릿∼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부산 흰여울문화마을은 바다를 끼고 있는 절벽 위에 아슬아슬 걸쳐 있는 동네다. |
이런 더위엔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안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몸이 찌릿해지고,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순식간에 사라질 정도로 냉기가 느껴지는 카페에 들어가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전 아이스 캐러멜 마키아토요”를 말한 뒤 소파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피서지 최고의 순간이 될 것이다. 당연히 이 순간을 기억하는 ‘셀카’는 기본이다.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이거나 풍경이 멋있다면 ‘인생샷’이 탄생한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품은 카페들이 많지만, 최근 인기를 끄는 곳으로는 영도와 기장이 꼽힌다.
부산항 앞에 있는 영도는 먼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는 병풍 역할을 한다. 부산항 건설을 위해 흙을 퍼가거나 땔감을 마련하는 공간이었지만, 6·25전쟁 때 피란민이 몰리면서 영도 언덕 곳곳에 집들이 들어섰다.
그동안 영도는 수려한 해안 경관과 울창한 난대림이 덮여 있는 태종대 외에 다른 지역은 여행객들이 많이 찾지 않았다. 부산시내 전망대에선 육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이 펼쳐지지만, 영도에서는 바다 쪽에서 부산시내를 바라볼 수 있다. 대표적인 장소가 청학배수지전망대다. 무더위에 야외에서 풍경을 즐기기보다는 이 근처에 신기산업이란 카페가 있다. 카페이름이 회사명 같다. 회사였던 곳이다. 금속 가공회사의 사옥으로 지은 건물인데, 지금은 카페가 됐다. 주인은 회사 사장의 동생이다. 주위보다 높은 봉래산 북동쪽 능선에 자리 잡고 있어 신기산업 카페에선 부산항 풍광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
이 근처에는 ‘220VOLT’란 카페도 있다. 과거 목욕탕이었던 건물을 개조해 카페로 만들었다. 내부 벽은 덕지덕지 해어져 폐공장 분위기이고, 건물 외부의 굴뚝은 목욕탕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는데, 이때 연기를 굴뚝으로 빼낸다. 옥상에 자리가 있지만 무더위엔 외벽이 유리창으로 돼 있는 실내가 제격이다.
영도 입구의 흰여울문화마을에도 속속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다. 흰여울마을은 바다를 끼고 있는 절벽 위에 아슬아슬 걸쳐 있는 동네다. 산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하얀 거품을 낸다 하여 흰여울로 불린다. 6·25 때 몰려든 피란민들이 벼랑 끝까지 밀려 만든 마을이지만, 이 벼랑 끝이 이제는 최고의 풍경을 안겨주는 곳이 됐다. 낮은 담벼락이 서 있는 길을 걷다가 마을 곳곳에 있는 작은 카페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면 된다.
바다 풍경이 없더라도 영도에 있는 독특한 카페 중 하나가 ‘젬스톤’이다. 들어가는 순간 물 빠진 실내수영장이 나타난다. 수영장 내부에 책상과 의자들이 놓여 있고, 수영장 밖엔 비치의자가 놓여 있어 수영장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기장에선 힐튼 호텔과 아난티 펜트하우스로 구성된 아난티 코브를 빼놓을 수 없다. 아난티 코브의 서점 ‘이터널 저니(영원한 여행)’와 그 앞에 있는 카페는 호텔에 머물지 않더라도 들를 만하다. 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진열방식이다. 책등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책 표지가 보이도록 두었다. 서점이지만, 빈자리에 앉아 마음에 드는 책을 꺼내들어 볼 수 있다. 서점 내에도 카페가 있다. 한 번쯤은 꿈꿨던 북적대지 않는 서점에서 천천히 책을 고른 뒤 커피를 마시며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이다.
부산시내에선 번화가 서면의 전포카페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공구, 철물 등을 파는 공구 상가들이 있던 거리였는데, 임대료 등이 오르자 카페로 변했다. 실내 공구 상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카페들이 초기에 많았지만, 지금은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카페들이 많아 이곳만의 특징은 많이 사라진 편이다.
부산=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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