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인 기자
“경제를 이렇게 어렵게 만든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그리고 무능에 대해 아무런 반성이나 성찰이 없다. 그저 상황 탓, 남 탓만 한다.”
얼핏 보면 최근 고용 쇼크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논평 같은 이 발언은 사실 지난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 청년층의 평균 체감실업률이 22.4%에 달하는 등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금 우리나라 경제를 제대로 살리려면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무능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에서부터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권을 비판했다. 이에 당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일자리 문제에 대해 야당의 발목잡기 ‘탓’이라고 응수했다.
민주당은 집권당이 된 뒤 그때보다 더한 일자리 위기 상황을 맞았지만 대처는 2015년 당시 새누리당과 판박이다. 7월 취업자 수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000명 증가에 그치는 등 2010년 이후 최악의 상황임에도 청와대의 경제정책을 협조한 민주당은 사과와 반성 없이 ‘남 탓’만 하고 있다. 실제 민주당의 유력 당권 주자인 이해찬 후보가 고용 쇼크의 원인을 전 정권도 아닌 전전 정권인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탓이라고 비판해 한국당의 강력한 반발을 산 데 이어 홍영표 원내대표도 21일 “(전 정권의 토목 사업은) 일시적인 낙수 효과만 냈을 뿐 근본적 해법은 되지 못한다”며 우회적으로 현 경기침체의 책임을 전 정권에 돌렸다. 백번 양보해 4대강 사업이 현재의 고용 쇼크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집권세력인 민주당이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청와대와 함께 막강한 권한으로 경제정책 전반을 설계하는 여당이 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바로잡으려 했는데 잘 안 됐다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상공인과 경제 전문가들이 고용 쇼크의 원인으로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일환인 최저임금 인상을 들고 있는 점도 민주당이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경제회복은 실패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에서 시작된다’는 문 대통령의 일갈을 여당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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