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국면 속에 올해 2분기 도소매·음식숙박업 대출 증가 폭이 2008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취업난과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생계형 창업'이 늘어난 데다 내수 부진 탓에 자영업자들의 버티기식 대출이 늘어난 것도 문제다. 앞으로 시장 금리가 더 오르면 한계 사업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기 때문에 한국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자료를 보면 도소매·음식숙박업 대출이 1분기보다 6조원 늘었다.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을 합친 총 대출금은 같은 기간 12조9000억원 늘면서 1분기(18조3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자동차·선박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과 건설업 활력이 떨어진 가운데 도소매·음식숙박업과 부동산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었다.
도소매·음식숙박업 분기별 대출 증가 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2분기(5조8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1분기 3조9000억원보다도 1.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에 대해 이종현 한은 금융통계팀 과장은 "해당 업종에서 새로 생긴 업체가 많은 것이 제일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낸 '신설법인 동향' 통계를 보면 2분기 새로 생긴 도소매·음식숙박업체는 6524개로 1분기보다 300여 개, 1년 전보다 1000개 가까이 늘었다.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대출이 눈에 띄게 증가한 데는 내수 부진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간 소비가 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소비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버티기(사업 유지)'를 위해 빚을 지게 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시장 금리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이들의 금리 부담이 크게 커진다는 것이다. 금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비은행 대출이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은행은 주로 영세 자영업자와 소규모 법인이 돈을 빌리는 이른바 '제2금융권'으로 통한다. 상호금융·상호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이 대표적인데, 업체들이 시중은행 대출 한도를 넘겼거나 신용도가 낮을 때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오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특히 비은행 대출금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비은행권에서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이 대출받은 액수는 총 131조3564억원이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낸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개인 사업자 대출 부실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내수가 둔화하고 한국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는 현실 때문이다. 도소매·음식숙박업은 생계형 창업이 비교적 쉬워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다. 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 구조조정 등으로 퇴직한 장년층이나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이 창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진입장벽이 낮은 음식숙박업종에 뛰어드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한편 윤 교수는 "비은행 대출은 '저신용·고금리' 속성상 위험도가 높은데 그 연장선상에서 가계대출 다중 채무자 비중이 높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도소매·음식숙박업 경기 부진 속 자영업 대출 증가가 또 다른 경제 위기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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