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권 분쟁 당사국 불구/석유·가스개발 협력 MOU/시진핑 “양국관계 새 이정표”/양국 밀착에 美 자극 가능성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필리핀 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부가 남중국해 원유 공동탐사에 합의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필리핀은 영유권 분쟁의 주요 당사국 가운데 하나다. 양국 간 원유 공동탐사 합의에 따라 미국과 중국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평형추가 중국으로 급속히 기울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은 전날 필리핀 대통령궁에서 양국 간 정상회담 직후 석유와 가스 개발 협력에 대한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시 주석은 “양국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며 “양국은 남중국해에 엄청난 공동이익이 있고, 논란이 되는 이슈를 계속해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내 비판여론 등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해 양국은 원유 공동탐사에 대한 협력 사실을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과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리드뱅크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필리핀은 그동안 이 지역을 공동탐사구역으로 검토해 왔고 2012년엔 중국이 이곳의 스카보러 암초를 강제로 점거하면서 영유권 분쟁을 촉발했던 곳이다. 필리핀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해 2016년 “중국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판결을 받았지만,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해 취임한 이후 판결 이행을 중국 측에 요구하지 않고 있다.
‘시진핑에 끌려가는 두테르테’… 필리핀 시민들, 親中노선 희화화 필리핀 시민들이 21일 마닐라 중국 대사관 앞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희화화한 ‘곰돌이 푸’ 마스크를 쓰고 시 주석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 목줄을 걸어 끌고 가는 모습을 담은 플래카드를 든 채 필리핀의 친중 노선을 비판하고 있다. 마닐라=EPA연합뉴스 |
중국과 필리핀의 밀착 행보가 향후 미국을 자극할 가능성도 커졌다. 시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양국관계도 포괄적 전략 협력관계로 격상키로 했다. 특히 양국 간 원유 공동탐사 합의에 따라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역내 국가 간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미국 등 서방국가는 역외 국가로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할 자격이 없다는 의미로, 사실상 미국 배제 전략이다.
한편 시 주석은 오는 28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방문하는 등 유럽순방에 나선다. 이번 유럽 방문은 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담판을 앞두고 동맹국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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