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피해자 김성주 씨(가운데)가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징용 당시 생활과 귀국 후 받았던 오해 등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왼쪽 부터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씨, 이상갑 변호사, 김성주 씨, 고 박창환씨의 아들 재훈 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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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촬영된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마루노우치(丸ノ內)의 신일철주금 본사의 모습. 이 회사는 지난달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씩 배상해야 하지만, 배상을 이행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날 판결 이행을 요청하기 위해 회사를 방문한 한국측 변호인들도 사실상 문전박대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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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서야 하나=대법원의 배상 판결 취지를 존중하면서도 1965년 한ㆍ일 협정 이후 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해온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반영하는 묘수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각론에서 차이는 있었지만 이른바 ‘1+1+1’ 방안이 전문가들의 공통적 제안이었다. ▶한국 정부 ▶일본이 낸 청구권 자금을 받은 한국 기업 ▶강제노동을 시킨 일본 기업 등 3자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전범기업들은 65년 청구권 협정을 통해 면죄부를 받았을 뿐 강제노동으로 이득을 봤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또 청구권 자금의 혜택을 본 한국 기업들 역시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단 ‘1+1+1’방안 중 누가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누가 자발적 또는 상징적으로 참여할 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은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일본 기업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문을 열어놔야 한다”(이원덕 교수, 윤덕민 석좌교수), “사법부는 배상 주체를 한국 정부가 아닌 일본 기업으로 특정했다.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한국 정부가 상징적인 의미에서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다”(양기호 교수) 등이다.
◇독일 방식 대안 될까=법적으로만 따지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대한 재산 압류 등 강제 조치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대법원 판결은 일본 내에서 효력이 없다. 실제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1+1+1이 주체가 된 기금을 마련하거나 재단을 꾸리는 방식을 제안했다. 신각수 전 대사는 독일의 ‘기억ㆍ책임·미래 재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독일은 2000년 정부와 기업이 절반씩 낸 100억 마르크로 재단을 설립해 유대인과 동유럽 강제 노동 피해자들에게 보상했다. 3자 출연 기금으로 보상하는 것이 한ㆍ일 협력을 통한 원만한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독일은 연방정부와 기업 6500곳이 출연한 기억ㆍ책임ㆍ미래 재단을 통해 100여개 국 166만 5000명에게 약 44억 유로(약 6조원)를 지급했다.
◇대내외 설득이 관건=이원덕 교수는 “일본의 우려는 한국에서 ‘배상 요구 쓰나미’가 벌어지는 것”이라며 “1+1+1 해법을 현실화하려면 한국 정부가 먼저 일본 정부를 향해 ‘65년 체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새로운 물질적 보상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적반하장’식으로 나온다 해도 어쨌든 일본 정부를 설득해야 일본 기업들이 움직인다는 얘기다. 현재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공세로 일관하면서 관련 일본 기업들은 배상 거부를 표명하고 있다.
윤덕민 교수는 “강제징용 문제는 사실 일본과의 외교로 풀 것이 30이고 국내정치로 풀 것이 70인 어려운 상황”이라며 “3자가 기금을 마련한다 해도 사실 100% 해결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방안을 수용할 수 있을지 국내적으로 설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기호 교수는 “대책의 핵심은 피해자들이 일단 호응해야 하고, 일본 기업들이 들어와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강제징용 소송에서 원고 대리인을 맡은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1+1+1 방안에 대해 “사실 판결에 따른 이행 요구가 원칙적 주장이지만,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광범위하고 역사적 특징도 있기 때문에 대리인으로서 다른 방식의 협상에도 열려 있다는 입장”이라며 “일본 기업과 한국 수혜기업까지 함께 하는 방식의 배상이라면 우리도 검토해볼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지혜ㆍ이유정ㆍ권유진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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