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수감자 57명 석방…하급심 잇달아 무죄
다만 '양심' 진실성 판단 기준 여전히 모호
대체복무제도 '약하다 vs 징벌적'…혼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심적병역 거부와 관련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주재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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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법무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던 57명을 석방했으며, 일선 법원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 이어졌다.
그러나 14년 만에 바뀐 대법원 판례에 우려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와 단순 병역기피자를 명확하게 구별해내기 힘들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검찰은 하급심의 무죄 판단 이후에도 "심리가 미진했다"며 항소를 이어가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아 전국 교정시설에 수감 중이었던 57명은 지난달 30일 가석방 결정을 받고 출소했다. 이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수감자는 단 14명만 남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인정하면서 하급심에서도 잇달아 무죄 판결이 나오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항소4부는 지난달 29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 최모(27)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부모의 영향을 받은 최씨가 집총과 군사훈련을 거부하며 입영을 하지 않은 양심의 자유에 따른 행위인 만큼 병역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대법원도 지난달 28일 대법원에 계류 중이었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34건을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는지 다시 판단하라"며 모두 파기환송했다.
원심이 이들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것은 대법원의 종전 견해를 따른 것인 만큼, 판례가 변경된 상황에서 다시 유·무죄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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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전히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는 '양심'의 진실성을 어떻게 법정에서 판단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의 의문을 해소 시키지 않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버리면 군대에 가는 사람은 엄청난 불만을 호소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사회적 혼란과 비용은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개인의 양심을 확인하기 위해선 병역 거부를 주장하는 사람의 가정환경과 성장 과정, 학교생활, 사회 경험 등을 두루두루 평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소수 의견을 낸 김소영,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은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법관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선 법원 재판에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검찰은 수원지법 안산지원이 지난 19일 양심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홍모(31)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신념을 다시 따져보자"며 항소했다. 검찰은 양심과 신념을 따지는 내부 기준을 정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퍼포먼스를 하는 가운데 군인들이 그 앞을 지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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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방안으로 '36개월 교도소 근무'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정시설의 경우 군 복무와 환경이 가장 유사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육군 병사의 복무기간이 현행 21개월에서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는 것을 고려하면 대체복무 36개월이 징벌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가 징벌이 되지 않도록 현역 복무 기간의 1.5배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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