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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지역구 예산부터 챙긴 여야 실세들의 후안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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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8일 새벽 본회의를 열어 2019년도 예산안을 469조5751억원으로 의결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쪽지예산'을 주고받는 구태가 되풀이됐다. 여야 지도부를 비롯한 이른바 실세 의원들과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속 의원들이 밀실 거래를 통해 본인들 지역구 예산부터 챙겼는데, 후안무치한 행태다.

국회는 정부 원안 470조5016억원에서 9000억원 이상을 삭감했는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오히려 정부 원안보다 1조2000억원가량 증액했다. 지난해에도 국회는 예산 심사 과정에서 SOC 예산을 1조3000억원 증액했는데 올해도 비슷하게 예산을 조정한 셈이다. 건설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 수준으로 침체돼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SOC 예산 증액 그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예산 증액이 사업 타당성 검토나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른바 실세 정치인 입맛에 맞춰 이뤄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예산 항목들을 보면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홍영표 원내대표 지역구 예산이 막판에 대거 증액됐다. 이해찬 대표 지역구인 세종시의 경우 정부 예산안에는 없던 산업기술단지 조성 사업비가 5억원 새로 편성됐고, 303억원이던 국립세종수목원 조성 예산은 556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예산 삭감을 외치던 자유한국당에서도 김성태 원내대표, 안상수 국회 예결위원장, 장제원 예결위 간사 지역구 예산이 막판에 늘어났다. 안상수 예결위원장 지역구인 인천 중동강화옹진의 경우 수산기술지원센터 청사 신축 예산 10억원 등이 새롭게 편성됐다.

이들 예산 중에는 시급한 현안이나 숙원사업도 포함돼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야가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 '소소위'라는 비공식 회의에서 밀고 당기는 흥정으로 증액·삭감하다 보니 예산 편성의 효율성이나 공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 헌법 제57조는 국회가 예산을 증액할 때 정부 동의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국회법은 예결위가 예산을 증액할 때 소관 상임위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졸속 심사 과정에서 이런 법적인 절차도 무시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 세금을 지역구 생색내기에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국회에서 증액한 예산에 대해선 증액을 요구한 국회의원을 밝히고 그 증액 절차가 적법했는지 따지는 별도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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