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오름·안덕계곡·화순곶자왈과 연계...세밑 여행지로 딱!
밝은 빛이 구름을 비집고 쏟아지니 들판과 바다가 더욱 애틋한 풍경을 연출한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에 발을 들이면 지난날을 게워내 곱씹을 여유가 생기고 다가올 날을 살아낼 용기도 솟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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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아시아투데이 글·사진 김성환 기자 = 끝은 시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세밑에 ‘끝’을 찾아 떠나는 것은 그 먹먹함을 하소연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의 발로다. ‘끝’에서 뒤 돌아서면 ‘시작’이 펼쳐진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는 제주 서귀포의 모슬포에서 남쪽으로 불과 약 12km 거리에 있다. 배를 타고 약 25분만 가면 닿을 수 있다. 독도(동쪽 끝), 백령도(서쪽 끝)에 비하면 가기 참 수월하다.
마라도의 한 상인은 “약 130명쯤 섬에서 생활하는데 이 가운데 먹고 자면서 실제 거주하는 인구는 60명 정도”라고 했다. 섬은 참 작다. 해안선 길이가 약 4.2km. 맘먹고 걸으면 섬을 한바퀴 도는 데 채 한 시간도 안걸린다. 우도나 가파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는 보지 못했다.
마라도를 에두르는 해안산책로. 상쾌한 바람과 포근한 햇살이 걷는 내내 기분 좋은 벗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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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너머 오른쪽으로 산방산이 보인다. 마라도는 대한민국 최남단이지만 제주 모슬포에서 배로 25분만 가면 닿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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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마라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해안산책로 따라 걷기, 피로하면 잠깐 앉아서 쉬기, 그 유명한 ‘마라도 짜장면’ 먹기, 또는 짬뽕이나 싱싱한 해산물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 털어넣기 정도다. 걷다보면 얕은 돌담이 둘러진 제주 전통 무덤, 당제를 지내는 ‘할망당’, 해발 36m의 언덕에 세워진 하얀 등대(1915년에 세워졌단다), 교회·사찰·성당 등 ‘풍경 명당’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3대 종교의 건물들, ‘대한민국 최남단’을 알리는 표지석 등을 만난다. 여기에 화산섬 답게 해안선을 에둘러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해식동굴이 산책로 중간중간에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 건너 제주도 산방산과 모슬포 일대의 풍경도 보인다. 이 모든 것들이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딱 지루하지 않을 정도다.
2000년 세워진 마라도 성당은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증샷’ 명소. 전복, 소라 등 해산물을 모티브로 했다는데 실제로는 달팽이 모양처럼 생겼다. 건물이 작고 예쁜데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촬영하면 사진이 참 멋지게 나온다. 성당은 또 산책로의 훌륭한 쉼터가 된다. 전체 산책로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들어가서 쉬는데는 종교가 상관없다. 창으로 쏟아지는 남녘의 볕이 참 포근하다.
‘마라도 짜장면’은 톳이나 뿔소라 등 해산물이 곁들여지는 것이 특징. “2000년대 초반 뱃시간에 쫓기는 관광객들이 짧은 시간에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TV 광고에 등장하며 전국적 입소문을 탔다. 마라도에서 짜장면을 파는 음식점은 10곳이나 된다”는 것이 이곳 상인의 설명이다. 바람 차가운 날에는 뜨끈한 짬뽕도 괜찮다. 다만 짜장면이든 짬뽕이든 맛을 기대하기 보다 ‘먹어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나을 듯.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마라도는 해식동굴과 기암절벽이 발달했다. 섬 자체가 자연이 빚은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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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을 제외하면 마라도는 제주도에 딸린 여느 섬들과 비교해 대수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라도를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최남단이라는 상징성, 여기서 파생된 ‘끝’과 ‘시작’이 주는 위안과 설렘 때문이다. 이 작은 섬에 발을 들이면 삶의 뒤안길을 게워내 곱씹어볼 여유가 생긴다. 고달픈 삶을 살아낼 용기도 솟는다. 어깨를 무심히 치고 지나는 바람, 게으르게 너울거리는 파도는 속내를 들켜도 부끄럽지 않을 친근한 벗이 된다. 마음이 참 든든해진다. 그러면 푸른 바다와 너른 들판이 빚어내는 목가적 풍경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걸음은 저절로 느려지고 한 시간이면 끝날 짧은 여정이 여운 오래 남는 긴 여행이 된다. 그렇다. 절반은 풍경을 보러, 나머지 절반은 위로와 용기를 얻으러 마라도에 간다.
가 봐야만 알 수 있다. 마라도행 여객선은 서귀포시 대정읍 운진항에서 오전 9시 50분부터 오후 3시 10분까지(동절기) 약 1시간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마라도에서 나오는 막배시간은 오후 3시 45분이다(기상상황과 계절에 따라 변동 가능). 이 예쁜 섬은 2000년 전체가 천연기념물(제423호)로 지정됐다.
군산오름 정상에 오르면 산방산과 서귀포 앞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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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오름에서 본 여명. 멀리 범섬, 문섬, 섶섬(오른쪽부터)이 나란히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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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상쾌해지는 여행지 몇 곳 추가한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군산오름(335m)이 있다. 해넘이 명소지만 겨울에는 해돋이도 볼 수 있다. 마라도행 여객선이 출발하는 운진항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인데다 오르기도 쉽다. 정상부 주차장까지 차를 타고 간 후 10여분만 걸으면 곡대기다. 정상에 서는 순간 장쾌한 전망에 눈이 번쩍 뜨인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 수많은 오름들이 늘어섰다. 몸을 돌리면 섶섬, 문섬, 범섬, 형제섬, 가파도, 마라도까지 서귀포 앞바다 일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유명한 산방산도 눈앞에 우뚝하다. 여명의 풍경은 도시인의 생채기를 절로 아물게 한다. 백두산 천지보다 열 배 강한 에너지가 나온다는 ‘썰’도 있으니 좋은 기운 많이 받으시라.
기암과 초록이 어우러진 안덕계곡은 ‘선계(仙界)’의 풍경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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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활엽수가 많은 화순곶자왈은 겨울에도 ‘초록’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 시간의 질서가 뒤엉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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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오름 주차장 가는길에 안덕계곡이 있다. 천혜의 상록수림 지대다. 양치식물도 많다. 군산오름과 안덕계곡은 전설 한자락을 걸쳤다. ‘태고에 하늘이 울리고 땅이 진동하더니 9일만에 군산이 솟아났다’고 한다. 이 때 계곡도 만들어졌을 거다. 거대한 바위와 암벽들은 선계(仙界)의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전설에 걸맞는 볼거리다. 고대에 인간이 살았던 동굴형 그늘집터도 볼 수 있다. 어쨌든 계곡을 따라 오래된 나무들이 큰 숲을 이룬다. 물까지 맑아 조선시대에는 제주 최고의 명승지로 이름을 날렸다. 숱한 시인묵객들이 찾아 풍류를 즐겼는데 이 중에는 인근에서 유배하던 추사 김정희도 있었단다. 산책로가 잘 갖춰여 있다.
안덕면의 화순곶자왈도 기억한다. 겨울에 ‘초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곶’은 큰 숲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이다. ‘자왈’은 덤불이다. 나무와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범벅이 돼 어수선하게 엉클어진 숲 덤불이 곶자왈이다. 이곳에는 열대성 상록 활엽수가 제법 자란다. 겨울에도 초록이 아주 가시지 않는다. 곶자왈에서는 시간의 질서가 무너진다. 숲을 따라 탐방로가 잘 갖춰져 있다. 길은 아이들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을만큼 판판하고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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