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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전문가 “‘강릉 펜션 사고’ 아이들, 근육 마비돼 탈출 못 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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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끝내고 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으로 놀러 간 고등학생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가운데 박재성 숭실사이버대(소방방재학) 교수는 19일 “사후약방문식의 부실한 제도가 이번 일산화탄소 중독 사태의 한 원인”이라며 “아이들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근육이 마비돼 펜션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었을 것”이라 추측했다.

◆“모호한 법률이 부실 점검 키웠다”

박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강릉 펜션 사고 같은 경우 가스보일러에서 누출된 일산화탄소에 의해서 우리 고등학생 10명이 죽거나 다친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조사된 결과에 의하면 가스보일러하고 연통 사이가 한 1, 2cm 정도가 벌어져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일산화탄소가 실내로 유입이 되는 것”이라며 “가스를 사용하는 시설 같은 경우는 ‘1년에 한 번 이상 점검을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 규정이 좀 모호하게 되어 있는 부분들이 있다. 그러한 법률적인 모호한 부분이 실제로 안전 관리 부실과 연결되는 원인으로도 볼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강릉 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학생이 고압산소치료센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일어난 후 안전시설 설치 규제... 사각지대 계속 남아”

박 교수는 또 “도심지 도시가스 같은 경우는 그래도 도시가스 회사에 의해서 검침원들이 나와서 점검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며 “하지만 LPG 가스 같은 경우는 개별 업체에 의해서 공급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체계적이고 주기적인 점검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고가 발생한 펜션에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설치되어있지 않았던 것과 관련, “야영장 시설 같은 경우에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사고들이 자주 발생을 하고 있기 때문에 9월부터 야영장 시설에서는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를 하고 있다”며 “사고가 발생한 시설을 중심으로만 이런 안전시설의 설치를 규제를 하고 기준을 갖다 보니까 그렇지 않은 데는 계속적으로 사각지대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고. 그런 부분들이 그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이들, 근육 마비돼 탈출 못 한 듯”

박 교수는 “일산화탄소라고 하는 것이 무색무취, 무자극”이라며 “이것이 일정 농도 이상으로 몸에 흡입이 됐었을 때 구토 증상이라든지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이 나면서 ‘어, 뭔가 이상하다’ (학생들이) 바깥으로 나가거나 거기에 대응하는 행동을 하려고 했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일산화탄소의 가장 큰 특징이 뭐냐면, 혈액에서 산소가 뇌하고 근육으로 운반이 되는 것을 차단한다”며 “특히 근육에 마비 현상이 오기 때문에 내가 바깥쪽으로 빠져나가야 한다고 이런 생각은 들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능 끝난 학생들 펜션 여행 중 참변

18일 강원 강릉시 경포의 한 펜션에서 수능시험을 끝낸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 7명 중 일부는 의식은 없으나 미약하나마 자가 호흡 중이며 조금씩 호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펜션 내부에서 측정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0∼159ppm으로, 정상 수치의 8배 가까운 높은 수치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펜션 내 가스보일러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사고가 난 강릉 펜션의 보일러 배관은 정상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모든 사고 가능성에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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