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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강릉펜션 보일러 급기관 `벌집`에 막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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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 중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은 강릉 펜션 사고의 원인으로 무자격자의 가스보일러 부실 시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사고가 발생한 펜션 201호 보일러 급기관 내부에 벌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강릉 펜션의 보일러 급기관 입구가 벌집으로 막힌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 보일러를 정밀감식 중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은 막혀 있던 급기관과 가스 누출과의 개연성을 조사하고 있다. 급기관은 적당량의 산소를 보일러로 유입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급기관이 벌집으로 막혀 산소가 원활하게 유입되지 않아 불완전연소에 의한 압력이 배기관을 밀어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급기관이 막혀 있었던 것을 가스 누출 원인 중 하나로 추정할 수 있다"며 "국과수에서 정밀감식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배기관이 압력을 못 견디고 이탈될 정도로 부실하게 시공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문제의 보일러는 '콘덴싱 가스 온수 보일러'로 2014년 4월 당시 펜션 건물주가 인터넷에서 구매해 무자격자인 보일러 시공업자에게 설치를 의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보일러 시공업체는 강릉시에 가스 시공업체로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보일러 제조업체들의 제품 매뉴얼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경험이 부족한 시공업자가 부실 매뉴얼을 토대로 설치 작업을 하면 오작동 위험이 있는 데다 일반 소비자들도 자신의 보일러 설치 과정에서 이상이 있었는지를 명확히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산화탄소 이상 발생을 막기 위해 가스보일러 급기관 설치와 관련해 매뉴얼에 명시돼야 할 사항은 '급기관은 배기관보다 높게 설치해야 한다'와 '급기관은 아래로 처지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등 크게 두 가지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해당 보일러의 제품 사용설명서를 확인한 결과,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분명하게 나타나 있지 않았다. 해당 업체는 '급기호스를 통해 빗물이 제품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급기호스를 아래 방향으로 접속하는 것을 피해주십시오'라고 적었다.

[강릉 = 이상헌 기자 / 서울 = 문광민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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