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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美 시리아 철군은 트럼프가 터키에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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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내전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모습. /사진=리아노보스티 연합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7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불러들이려고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이유는 분명하다. 미군을 시리아에 두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일방적인 돈 낭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미국에도 도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방적인 철군 결정으로 미국은 국제 관계에서 동맹국을 배신한 국가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조차도 시리아 철군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 장관은 시리아 철군에 항의해 사표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우군이자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지난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을 늦추도록 설득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시리아 철군 결정은 이런 측면에서 다양한 추측을 낳고 있다. 미국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철군을 강행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이라는 내부 위기를 외부로 돌리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검이 러시아의 지난 대선 개입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오자 위기감을 느껴 시리아로 관심을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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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군 호송대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터키 남동부 국경 지역에서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의 시리아 철군이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에 준 선물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터키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의해 반체제 언론인 자말 캬슈끄지가 터키 땅에서 살해당하자 이에 대해 계속 문제 제기를 해왔다. 특히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개입돼 있다는 증거를 내놓으며 사우디를 압박해 왔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사회의 갖은 비난에도 강력한 우군인 사우디를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중동에서 강력한 우군인 사우디의 협조를 계속 얻기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에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입막음의 대가로 시리아 철군을 지시했다는 게 선물설의 내용이다.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라도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계속 무시하기는 힘들어 터키를 제어하려 했다는 것이다.

터키에 대한 선물로 시리아 철군을 단정짓는 건 물론 옳지 않다. 사실 관계도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 맞는다고 하더라도 거대한 코끼리의 한 부분일 뿐 시리아 철군 전체 그림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다만 터키를 중심으로 미국의 시리아 철군을 다시 한번 조명해 보는 것은 필요하다. 시리아와 관련된 다른 국가에 비해 터키는 비교적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고, 이런 특수 상황을 살펴보면 시리아 문제에 대해 보다 선명하고 큰 그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철군이 선물이라는 설 역시 터키의 특수한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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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정상회의에서 별도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 /사진=크렘린 공식 사이트 사진 자료


▲터키, 시리아 내전에서 특수한 존재

간단하게 따져서 미국의 시리아 철군으로 이익을 보는 나라는 러시아, 이란, 터키다. 현재 시리아 집권당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미국을 비롯한 동맹군에게 공격받은 이슬람국가(IS)도 이익을 본다. 반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곳은 시리아에서 미국에 계속 협력해 왔던 쿠르드족이다. 이스라엘이 그 다음 가는 피해 국가다.

하지만 종교, 영토, 강대국 간 힘싸움 등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리아 문제를 이렇게 단순히 정리하는 건 보기에만 쉽지 정확하지 못하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시리아 문제의 한 축은 종교다. 중동지역의 이슬람은 ▷이란, 시리아,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 등 시아파 ▷사우디, 터키 등의 수니파 두 곳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특히 시아파 국가들은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다. 2011년 중동에서 독재정권들이 잇달아 쓰러지는 소위 '재스민 혁명(아랍의 봄)'이 발생하자 시리아에서도 소수의 시아파 지도자에게 반기를 든 다수 수니파 국민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세습 독재, 종신 집권에 반대하는 시리아 국민이 알아사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정도였다. 하지만 알아사드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며 유혈 충돌까지 발생하자 수니파 근본주의 세력, 특히 무슬림 형제단이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반군을 조직했다. 이들은 국제사회에 무기와 자금 지원을 촉구했다.

여기에 중동에서 강대국 간 파워게임이 개입한다. 이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분산 배치했던 미국은 시리아 직접 개입이 불가능했고, 이에 사우디를 통해 시리아 반군에게 무기와 자금을 공급했다. 하지만 내전이 계속되는 중인 2014년 이라크 일대에서 세력을 넓힌 테러조직 IS가 시리아까지 들이닥쳐 6월 국가 수립을 선포하고, 8월 시리아 내 점령지를 확대하며 테러를 저지르자 9월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 동맹국들이 시리아 내전에 참전했다. 특히 미국은 시리아 내 IS 격퇴를 명분으로 쿠르드-아랍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을 지원하고 나섰다.

한편 IS 세력에 위기를 느낀 알아사드 정권은 2015년 냉전시대부터 동맥국이었던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다. 러시아가 2015년 9월 대규모 병력을 시리아에 보내면서 시리아 정부군도 반격을 시작했다. 이란도 같은 시아파인 시리아에 병력을 보내기 시작했다. 터키도 에르도안 총리와 그 지지 세력의 뜻에 따라 쿠르드 민병대와 손을 잡은 '자유시리아군(SDF)', 그리고 알아사드 정권과 러시아군을 공격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터키도 시리아 쿠르드족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군사 개입을 시작했다.

결국 시리아 내전은 ▷미국, 영국, 프랑스, 시리아 수니파 반군 ▷러시아, 이란, 시리아 정부군 두 세력이 IS를 공격하는 그림으로 전환됐다. 2017년 9월 시리아 정부군이 IS 등 반군 장악 지역의 95%를 탈환했다. 10월에는 미국이 지원한 시리아 반군이 IS 수도 락까를 함락시켰다.

IS를 격퇴하는 와중에도 양측은 서로 다른 속셈을 갖고 견제하고 나섰다. 미국은 시리아를 통해 중동 지역에서 수니파를 지원하며 영향력을 유지하고, 러시아의 시리아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IS를 격퇴해 테러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반면 러시아는 시리아를 발판으로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시리아 내전은 ▷중동지역 이슬람 시아파vs수니파 대립 축 ▷강대국인 미국vs러시아 대립 축 두 가지로 조금 더 자세하게 나눠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립축에 정확히 걸리지 않는 국가가 바로 터키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이후 국가들의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시아파-러시아 측에서 보면 러시아의 경우 미군이 철수하면 시리아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마음껏 확장하는 한편, 시리아의 지중해 도시 타르투스시를 자신들의 군항으로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 지중해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란은 미군이 철수하면 시리아는 물론 레바논까지 영향력과 육상 교통로를 확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란은 이스라엘 적대 세력인 레바논 헤즈볼라에 무기를 보낼 수 있게 된다. 시리아의 알아사드 대통령도 당연히 입지가 강화된다. IS도 미군이 철수함에 따라 부활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수니파-미국 측에서 보면 미국은 군사비를 줄일 수 있지만 시리아에서의 영향력을 잃는다.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부활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자는 2014년 이후 5년 동안 미국의 지원을 받아 IS 격퇴 작전에 참여한 쿠르드 민병대 동맹이다. 쿠르드 지도자들은 IS에 대한 승리를 계기로 시리아 북부에 쿠르드족 자치지역을 보장받기를 원했다. 이들은 이미 시리아 국토의 30%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이 빠져나가면 쿠르드는 시리아 정부군에게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다.

터키의 경우 두 축으로 명확히 나눌 수 없다. 터키는 수니파로 시리아 반군을 지원했다. 하지만 터키는 미국이 지원하는 쿠르드족과 적대관계다.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하면 터키는 시리아 북부 지역의 쿠르드 민병대를 소탕하고 이 지역을 친(親) 터키 반군 세력의 통제 아래 두고 싶어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의 시리아 철군은 쿠르드족에 대한 배신, '토사구팽'으로 비판받고 있다.

터키의 모호한 상황은 최근 트럼프의 미군 철수 의지 천명 이후 러시아와 모스크바에서 가진 회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터키와 러시아는 모두 미군 철수를 반기며 시리아에서 양국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터키는 시리아 북부를 자기 영역에 두려 하고, 러시아는 쿠르드 세력을 시리아 대통령 체제 아래 통합시키려 한다. 터키는 현재 쿠르드의 근거지인 시리아 북부 지역에 대한 군사공격을 개시하기 위해 국경 지역으로 군대와 무기를 집결시키고 있다. 시리아 내 쿠르드 민병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터키 침공을 우려해 시리아 정부에 북부 지역을 장악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리아 내전의 두 축 사이에 몸을 걸치고 있는 터키이기에 미군의 시리아 철수가 미국이 터키에 준 선물이라는 해석도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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