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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셧다운' 최장기록 경신…손놓은 美, 관광업계부터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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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요원 부족, 마이애미 공항 일부 폐쇄

"이미 4조원 손실, 2주뒤 국경장벽 예산 웃돌아"

JP모건, 1분기 GDP성장률 2.25%→2% 수정

국경장벽 예산 갈등으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12일(현지시간)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셧다운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 경제에 실질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셧다운은 12일로 22일째를 맞았다. 이는 1995~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셧다운 최장기록(21일)을 넘어선 것이다. 여야는 주말에 협상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셧다운 사태는 다음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은 자신의 공약”이라며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장벽 건설을 강행할 경우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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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이 워싱턴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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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11일은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새해 첫 봉급날이었다. 80만여명에게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교통안전국(TSA)와 연방수사국(FBI) 등 42만명은 ‘필수 직군’으로 분류돼 셧다운 이후에도 출근하고 있지만 급여를 받지 못했다.

특히 5만1000여명의 TSA 직원들 대부부은 공항에서 테러를 방지하는 검색대 요원들이다. 무급으로 일하는 날이 이어지면서 병가를 내는 직원들이 셧다운 이전 3.3%에서 5.1%로 급증했다. 결국 마이애미 공항은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게이트 일부를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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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12일(현지시간) 마이애미 공항의 일부 게이트가 문을 닫았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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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공항협의회 북미지사의 크리스토퍼 비드웰 수석부회장은 “정부 공무원들이 무급으로 공항검색대에서 일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셧다운 기간내 테러 등 치명적인 결과가 나오지않아야 할 텐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의 불편은 여행산업의 피해로 이어지고, 각종 소매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 대형은행인 웰스파고의 유통분석팀은 “소매업체들이 셧다운으로 가장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예상보다 저조한 국내 실적 등으로 12월 매출 가이던스를 낮췄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글로벌레이팅스는 11일 투자자 노트에서 “현재까지 셧다운으로 인한 미국 경제적 손실은 36억 달러(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셧다운이 앞으로 2주가량 더 이어진다면, 경제적 손실은 60억 달러(6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예산으로 요구하는 57억 달러를 웃돌게 된다.

무디스는 셧다운 여파로 1월 고용지표가 악화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고, 피치는 셧다운 장기화 때 미국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은 “계속되는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경제에 피해를 줄 주요 요인”이라며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정치를 2.25%에서 2%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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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정부 셧다운의 장기화로 워싱턴이 멈춰섰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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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19개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국립동물원도 문 닫은 지 오래고,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연구원 대부분도 사무실로 나오지 않고 있다. ABC방송은 “셧다운으로 다른 곳에 거주하는 공무원들이 오지 않으면서 호텔과 주차장은 텅텅 비었고 식당도 고통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NASA의 마셜우주비행센터도 어둠 속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들이 손을 놓으면서 일반 서민들의 피해 또한 속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리오델에 거주하는 마이클 톨하이머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미 농부무(USDA)에서 주택대출금을 받아 집을 구입해 지난 크리스마스를 자신 명의의 집에서 지낼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22일부터 시작된 셧다운으로 USDA의 대출담당 직원들이 업무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그같은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톨하이머는 “언제까지 집주인이 기다려줄지 알 수 없다”면서 “이렇게 홈리스가 돼 거리에 나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검역관련 공무원들이 대거 일시해고 상태에 들어가면서 미국내 유통되는 식품에도 비상이 걸렸다. 임의선별로 진행되는 식품 검역 횟수가 줄어들면서 세균감염 등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장균에 감염된 상추가 유통되면서 5명이 사망했고, 켈로그의 일부 시리얼 제품에서 세균이 발견돼 70여명이 병원신세를 졌던 사례가 있다. 앞으로 이같은 사례의 발생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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