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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부담 못견딘 식당 “주문은 휴대전화 문자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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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한푼이라도 줄이기 안간힘

동아일보

테이블에 적힌 전화번호로 문자 주문 14일 서울 중구의 한 빌딩 지하에 있는 A곰탕집 테이블에 손님들에게 문자 주문을 요청하는 글(왼쪽 사진)이 붙어 있다. 문자 주문을 하면 휴대전화로 주문이 접수된다. 식당 주인은 “인건비 부담이 커져 궁여지책으로 만든 방법”이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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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의 한 빌딩 지하에 있는 A곰탕집. 20대 여성 두 명이 가게로 들어와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렸다. 따로 직원을 불러 주문하지 않았는데도 곧이어 곰탕 두 그릇이 나왔다. 290석 규모의 이 식당은 사람이 붐비는 점심시간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주문을 받고 있다. 테이블마다 휴대전화 번호가 주문 방법과 함께 적혀 있었다. 이 식당의 주인 백모 씨(49)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치솟아 고민 끝에 생각해낸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두 해 연속 가파르게 상승하자 자영업자들이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A곰탕집이 이 주문 방법을 도입한 건 지난해 중순이다. 백 씨는 지난해 최저임금이 2017년 대비 16.4% 오르자 인건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연 매출 10억 원 정도인 그의 식당엔 직원 12명이 일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인상되면서 매달 200만∼300만 원가량의 돈이 추가로 나가게 됐다.

오랫동안 같이 일해 온 직원을 해고하지 않으면서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감당하기 위해 도입한 방법이 바로 문자 주문 시스템이었다. 손님 한 팀이 주문하기까지 통상 3∼5분 정도 직원들이 응대하는데, 이 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은 것이다. 문자 주문 시스템 도입과 함께 직원들의 휴게시간도 도입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인 것이다. 백 씨의 가게에서 직원들은 매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휴식시간을 갖고 주말에는 나오지 않는다. 백 씨 부부 둘만 나와 주말 장사를 한다.

문자 주문 시스템 도입 초기엔 당황하는 손님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인건비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면 이해해주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백 씨는 “올해 최저임금 상승분에 주휴수당까지 주면 시간당 1만1000원이 인건비로 나간다. 통상 5분 정도 손님 한 명(팀)이 오면 응대하는데, 계산을 해보니 한 명(팀) 주문받는 데만 약 920원이 드는 셈이더라”고 말했다.

백 씨는 당초 무인계산기 3대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서빙을 해야 하는 식당에선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취소했다. 업체에 매달 내야 하는 30만 원도 부담이었다. 그는 “음식값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들까 봐 못하고 고민 끝에 문자 주문 방식을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식당에서 파는 설렁탕은 7000원 수준이다.

백 씨는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부작용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주변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국산보다 저렴한 중국산을 찾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다. 백 씨는 “중국산 품질도 좋아진 데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자영업자들이 국산 농축수산물을 선택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주변에서 최근 자영업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도 했다. 직원으로 일해도 매달 버는 돈에 큰 차이가 없고 마음고생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란다. 인터뷰 내내 비교적 덤덤하게 현 상황의 어려움을 이야기한 그는 인터뷰 말미에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가게 규모를 줄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줄여야 하는데…. 정부 당국자들은 김밥 한 줄이 1만 원이 돼야 현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나….”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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