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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남동공단 中企들 "매출은 줄고 최저임금은 너무 올라...직원 줄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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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인천 남동공단(사진)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10월 68.9%를 기록했다. 2017년 70% 초반대에서 지난해 들어 60% 후반대로 떨어졌다. /사진 한국산업단지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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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인천 남동구 남동산업단지(남동공단) 북쪽 끝에 있는 금속가공업체 A사 공장. 6611㎡(약 2000평) 규모의 공장에서는 소형 자동차만 한 기어 절삭공구 장비 26개가 물을 뿌려가며 쉴 새 없이 절삭공구를 깎고 있었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총 136명이다. 지난해 154명에서 18명을 줄였다. 이 회사 전모(44) 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증가해 인력을 줄였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익 구조를 맞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A사는 지난해 매출 25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 사장의 부친이 1976년 설립한 A사는 1990년대 해외 시장에 진출, 현재 매출의 60%를 미국·일본·중국에서 올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물량이 전년과 비교해 30%가량 줄었지만 그만큼 해외 물량이 늘어 생산량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 내년 근로시간 줄면 수익성 떨어져도 고용 늘려야 할 판

문제는 내년이다. A사는 2020년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라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 2020년부터는 300인 이하 기업도 주 52시간 근로를 지켜야 한다. 현재 A사 직원들은 일주일에 40시간을 기본으로 일하고 약 20시간을 추가로 근무하고 있다. 내년에는 추가 근무시간을 12시간으로 줄이고 그만큼의 인력을 새로 고용해야 한다.

전 사장은 "회사의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면 직원들의 임금을 올릴 수 있지만 현 상황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매출이 고정돼 있는데 고용을 늘리면 인건비가 증가하고 이익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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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금속가공업체 공장 내부. 이 회사는 올해 인력을 11.7% 줄였다. 하지만 내년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물량을 맞추려면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박용선 기자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A사는 그나마 상황이 괜찮은 편이다. 철, 플라스틱 도금 업체 B사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0% 감소했고 수익은 20%가량 줄었다. B사 황모 사장은 2년간 29% 오른 최저임금 영향이 컸다고 했다. 그는 "매출은 줄었는데 인건비는 오히려 증가했다"며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영세 중소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동공단에서 50년째 목재사업을 하고 있는 이모 사장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해가 갈수록 기업 경영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며 "경영자들이 의욕을 잃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동공단에는 중소·중견 기업 6655개사가 입주해 있다. 기계, 전기·전자, 석유화학, 운송장비 등 업종이 다양하다. 하지만 공단 내 기업들은 거의 모두 경기 침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생산 실적이 줄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남동공단 전체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68.9%였다. 2017년 70% 초반대에서 지난해 들어 60% 후반으로 떨어졌다. 제조업 전문가들은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저 공장 가동률을 80%로 본다.

공단 생산 실적은 지난해 10월 누적 기준으로 21조52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6.9%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고용 인원은 10만5063명에서 10만3108명으로 약 2000명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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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공단에서 30년간 건축용 패널을 생산하고 있는 C사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5%가량 줄었다. 하지만 인력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윤모 사장은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며 회사를 일궜다"며 "2016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C사는 63명을 고용하고 있다.

윤 사장은 "국내외 시장에서 독일,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데 품질은 독일에, 가격은 중국에 밀리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피하기 위한 ‘법인 쪼개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남동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D사는 지난해 6월 회사를 2개로 분리했다. 올해라도 주 52시간 근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분리 전 이 회사의 총 근로자는 360여명이었지만 현재는 170여명으로 줄었다. 나머지 190여명은 새로운 법인 소속으로 바뀌었다.

◆ 매물로 나온 공장 가격 떨어져도 안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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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남동공단 내 ‘공장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 /박용선 기자



이날 남동공단 곳곳에는 공장을 매매하거나 임대하기 위해 내건 현수막이 겨울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중고기계 매입이라고 적힌 현수막도 즐비했다.

남동공단에서 만난 공장 매매 전문 부동산중개인 김모씨는 "경기가 나빠 매물로 나온 공장 가격이 떨어졌지만 구매자를 찾기가 힘들다"며 "2017년만 해도 2644㎡(약 800평)짜리 공장은 50억원 넘는 가격에 쉽게 팔렸지만 지금은 40억원대로 가격이 떨어져도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중개인 김모씨 역시 "과거 사출 또는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에 대한 문의가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며 "화장품 관련 공장 문의만 종종 있다"고 했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성과, 생산성 등과 상관없이 정부 정책에 따라 임금을 올리고 고용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정부가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고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bra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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