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직원들의 시급이 최저임금 기준(8350원)을 밑도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회사는 취업규칙 변경을 제안했지만, 단체협약이 우선되는 노동조합법에 따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노사갈등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기아차는 두 달마다 주는 정기 상여금을 매달 월급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겠다고 노동조합에 통보했다.
매년 기본급의 750%에 달하는 상여금 일부를 12개월로 나눠 월급처럼 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노조는 단체협약을 바꿔야 하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해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면,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과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논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노조 입장을 회사에 공문으로 보냈다”고 했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에서 8350원으로 10.9% 오른 데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개정돼 유급휴일(일요일)이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포함된 영향이다. 최저임금을 따지는 기준시간이 하루 8시간, 월평균 174시간에서 올해부터 유급휴일을 포함해 209시간으로 바뀌면서 회사는 임금 체계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합해 연봉이 6800만원인 현대기아차 직원의 월 기본급은 160만원 수준이다. 기준 시간을 월 174시간으로 책정하면 시급은 9195원이다. 하지만 분모(시간)를 209시간으로 바꾸면 시급은 7655원으로 낮아진다. 자연스레 최저임금 위반이 된다.
회사가 최저임금법을 지키고자 최저임금 미달자들의 임금을 올려주면, 호봉제에 기반한 임금체계를 적용받는 다른 직원의 임금도 인상해야 한다. 추가 인건비는 연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임금을 올리지 않으면 시행령 계도기간이 끝나는 하반기부터 소송이 불가피하다.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기본이다. 고액 연봉자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기본급보다 격월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성과급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취업규칙보다 단체협약이 우선된다는 노동조합법에 따라 단체협약을 바꾸지 않는 이상 노사관계 갈등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법 위반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논의도 갈등의 골을 키우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산업계 파장도 예상된다. 현대기아차와 같은 노사관계 하에서 탈출구가 없으니 회사 입장에선 취업규칙을 바꾸는 일방적인 선언을 할 수밖에 없어서다.
한 노사문제 전문가는 “정부가 만든 여러 정책이 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현대기아차처럼 간극을 좁힐 수 없는 노사 리스크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며 “노조가 회사 요구를 받아들여 상여금 등을 매월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일부 출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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